“동영상만 틀어주니 자꾸 딴짓… 원격수업도 쌤이 직접 해주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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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 안된 ‘코로나 등교’]〈上〉초중고생 30명에 물어보니
“오전 9시 출석 체크후 다시 잠자리… 1년 지나도록 교과서 너무 깨끗
퀴즈 자주 내면 집중도 올라갈것… 등교해도 수행평가만 하다 끝나
대화 못해 친구 없는게 아쉬워”

“한 40점, 50점 될까요. 솔직히 점수를 많이 줄 수가 없어요.”

중학교 3학년 김영운(이하 가명·경기 성남시) 군이 지난해 자신의 학교생활을 평가한 점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된 지난해 모든 학생은 원격과 등교 수업을 번갈아 받았다.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가 반복되면서 등교는 ‘퐁당퐁당’이었다.

영운이는 “솔직히 원격수업은 집중을 못 하겠더라”고 털어놨다. 일부 과목의 줌(ZOOM) 수업이 시작됐지만 너무 자주 끊겼다. 영운이 컴퓨터의 문제가 아니었다. 며칠 지나자 차라리 “카메라 안 돼요”라고 거짓말을 했다. 그 대신 컴퓨터로 ‘롤(LOL·인터넷 게임 종류)’에 몰두했다. 영운이는 자신이 ‘특이한 케이스’가 아니라고 말했다. “아침에 간신히 출석 체크만 하고 자는 친구가 수두룩해요. 원격수업 때 혼자 문제 풀어서 치고 나가는 친구도 있지만, 아직 중3 1학기에 배우는 ‘근의 공식’도 모르는 친구가 있어요.”

교육부는 26일 새해 업무보고를 통해 올해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등교수업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지난해와 같은 유형으로 수업이 진행될 수밖에 없지만, 수업의 질이나 학사 운영의 안정성은 나아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원격수업과 등교수업이 병행되는 한, 단순히 등교일수를 늘리는 것만으로 1년 동안 쌓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전국 초중고교생 30명을 전화로 인터뷰해 1년간 겪은 ‘코로나 학교’의 실태와 신학기에 바라는 수업에 대해 들어봤다

○ “원격수업, 선생님이 직접 해주세요”
교육부가 올해 유치원과 초등 저학년, 특수학교 학생들을 우선 등교 추진을 발표했다. 27일 오전 서울시내의 한 초등학교에서 개학한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2021.1.27/뉴스1
교육부가 올해 유치원과 초등 저학년, 특수학교 학생들을 우선 등교 추진을 발표했다. 27일 오전 서울시내의 한 초등학교에서 개학한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2021.1.27/뉴스1

학생들이 한목소리를 낸 건 교사가 원격수업을 직접 해달라는 요구였다. 중2 안진하 양(서울 서초구)은 “지난해 2학기 때도 수업의 70%가 기존 인터넷 강의(인강) 대체였다”며 “인강은 내가 (사교육) 결제해서도 듣는데 이럴 거면 학교 수업 왜 듣나 싶었다”고 말했다.

중2 윤구영 군(서울 양천구) 역시 “시험 한 주 전까지도 EBS만 틀어준 과학 ‘쌤’한테 정말 실망했었다. EBS만 보고 어떻게 시험을 치느냐. 학원에서 배운 걸로 시험 봤다”고 하소연했다.

원격수업이 학력 저하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학생들의 ‘증언’도 쏟아졌다. 초4 최수진 양(경기 파주시)은 “나는 집에서 엄마하고 문제집을 풀면서 그래도 수업을 이해했는데 친구 중에는 1년이 지나도 교과서가 완전히 깨끗한 경우도 많았다”며 “그런데 이걸 딱히 걱정하는 친구도 없었다”고 전했다.

○ “원격수업 때 퀴즈나 숙제 필수!”

학생들은 신학기 원격수업 때 교사들의 ‘감시’를 원했다. 등교수업 때는 구속으로 느껴졌지만 지난해 원격수업으로 학습 리듬이 장기간 깨지다 보니 스스로 필요성을 절감한 것이다.

서울 마포구 고2 임영일 군은 “자율학습도 줌으로 하면서 선생님이 내가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 좋겠다”고 했다. 실제 지난해 하반기(7∼12월)부터 일부 학교에서는 전교생이 참여하는 ‘줌 자습’이 이뤄지고 있다.

초등학생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아침 9시에 등교를 하려면 미리 준비를 해야 하잖아요. 원격수업 때도 선생님이 그 전에 일어났는지 확인해 주셨으면 좋겠어요.”(서울 서대문구·초5·손서진 양) 등의 요청이 대표적이다.

중2 권은진 양(서울 서초구)은 “1교시부터 학교 시간표대로 반드시 원격수업을 듣게 하고, 그때그때 퀴즈를 봐야지 친구들이 집중해서 본다”고 강조했다. 중2 전수진 양(서울 양천구)은 “원격수업 때는 선생님이 퀴즈도 하고 숙제도 내줘야 제대로 ‘내 것’이 된다. 안 그러면 틀어놓고 학원 숙제하거나 딴짓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 “등교수업은 ‘학교 갈 맛’ 나게”

등교일수가 늘어도 할 수 없는 게 너무 많다는 아쉬움도 나왔다. “쉬는 시간이 5분으로 줄고 이야기를 못 하게 해서 친해진 친구가 없어요”(대전 서구·초6·최가은 양) 등 주로 초등생들이다. “원격수업을 한 지난해 교우관계는 최악이었지만, 어차피 공부만 하면 돼 불편하지 않았다”고 한 고2 백기영 군(서울 송파구) 같은 답변이 중고교생에게 많았던 것과 비교하면 온도차가 컸다.

몇 번 안 가는 등교수업 때 수행평가만 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울산 남구 초3 신서율 양은 “친구들 모두 등교수업 때면 ‘또 수행평가 해요?’라고 싫어했다”고 말했다. 이진아 양(전남 장성군·초4)은 “원격수업 때 대화를 잘 못 하니 등교수업 때라도 공부보다 피구나 축구, 이벤트 등 놀이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최예나 yena@donga.com·김수연·이소정 기자
#코로나#원격수업#등교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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