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허가관리’ 식약처장 인터뷰
“허가 다음주에 최종 출하승인 예상”… 내달 셋째주부터 접종 가능할수도
“독감백신 사고로 ‘예비고사’ 치러… 외부전문가 3중으로 검증 강화
유통-이상반응 감시체계도 갖춰… 속도 위한 안전 희생은 없을 것”
김강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이르면 설날(2월 12일) 전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허가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처장은 25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보건복지부 차관을 지내다 지난해 11월 식약처장에 임명된 그는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도입과 관련해 “(최종) 출하승인은 허가 다음 주가 될 듯하다”고 설명했다. 출하승인은 완제품을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검수하는 절차다. 김 처장이 밝힌 일정대로면 설 직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위한 모든 준비가 마무리된다. 이렇게 되면 2월 셋째 주 접종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김 처장은 “우리 스스로 품목허가를 40일, 출하승인을 20일 내에 하겠다고 ‘벼랑 끝 전술’을 펼친 만큼 후퇴는 없다”고 강조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이달 4일 국내에선 처음으로 식약처에 정식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현재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국내 SK바이오사이언스가 위탁 생산을 하고 있다. 식약처가 확인할 서류는 한 가지가 남았다. 김 처장은 “아스트라제네카가 이달 30일까지 SK 안동공장에서 만드는 제품과 영국에서 만든 제품이 균질한지 확인한 자료를 제출하기로 했다”며 “이 자료가 도착하면 출하승인 절차도 바로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처장은 “빨리 하라니까 쫓겨서 허겁지겁 엉터리로 하는 거 아니냐고 하는데 내가 검토하는 자료만 1만 쪽이 넘고 외부전문가 검증도 3중(검증자문단-중앙약사심의위원회-최종점검위원회)으로 강화했다”며 “속도 때문에 안전을 희생하는 일은 없다는 게 기본적인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만약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허가 전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국제 백신 공유 프로젝트)를 통해 다른 백신이 들어오면 ‘특례수입’ 절차를 활용할 계획이다. 특례수입이란 재난상황에서 꼭 필요한 의약품을 정식허가 없이 긴급사용하도록 승인하는 절차다. 코로나19 치료제인 렘데시비르도 특례수입을 거쳐 닷새 만에 현장에 투입됐다. 김 처장은 “코백스 백신에 대해선 세계보건기구(WHO)가 검증하는 제품으로 식약처도 공동검증에 참여했다”며 “(특례수입 기간은) 렘데시비르와 비슷하게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코백스 백신은 미국 제약사 화이자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식약처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 처장은 지난해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사고 경험을 반면교사 삼아 코로나19 백신 접종 전에 유통과 이상반응 감시체계를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독감 백신 사고로 보건당국은 ‘예비고사’를 치른 셈”이라며 “이상반응에 대해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는 통합관리시스템을 만들었고 유통 실시간 감시체계도 갖췄다”고 말했다. 지난해 독감 백신의 경우 유통 중 일부 백신이 상온에 노출되며 변질 논란이 일었다. 화이자, 모더나 등 ‘mRNA’ 백신의 경우 영하 20도~영하 80도의 초저온에서 보관해야 한다. 식약처는 배송차량의 온도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김 처장은 “코로나19 백신은 인류가 처음 쓰는 백신인데다 이상반응도 나올 수밖에 없다. 첫째도 과학, 둘째도 과학으로 정확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신에 더해 치료제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최근 첫 국산 치료제 가능성이 높은 렉키로나주의 임상 2상 결과가 발표됐다. 김 처장은 “치료제는 애초 경증·중등증 환자를 목표로 하는 약이지 중증환자를 살리는 ‘게임체인저’는 아니다”며 “하지만 적어도 게임을 하는 과정에서 유용한 도구가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2월 5일 정도에 (치료제) 허가 결정을 내리려고 한다”며 “방역과 치료제, 백신 3가지가 있는 올해는 분명 작년과 다른 모습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로 취임 85일째를 맞은 김 처장은 식품안전을 위한 정책 추진 계획도 밝혔다. 그는 “코로나19로 배달음식, 밀키트 같은 새로운 음식이 많이 이용되고 있어 규제나 허가의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며 “온라인 검증 방식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식약처는 올해부터 비대면 방식의 식품안전관리 체계 시범사업을 시작한다. 예컨대 각 사업장 직원이 증강현실(AR) 안경을 착용하고, 공무원이 이를 원격으로 확인해 점검하는 방식이다. 김 처장은 “코로나19로 업체를 직접 방문하기 어려운 상황이 늘고 있어 이런 비대면 점검을 더 개발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경기 안산시 한 유치원에서 발생한 일명 ‘햄버거병(용혈성요독증후군)’ 논란을 계기로 어린이 급식시설 대책도 추진한다. 김 처장은 “소규모 시설은 자체적으로 전문 영양사를 고용하기 어렵다”며 “전문 영양사가 상주하는 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를 통해 위생관리를 받는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과학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규제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김 처장은 “모든 음식과 의약품은 규제를 받아야 시장에 진입할 수 있고 사람 몸에 쓸 수 있다”며 “그런데 ‘규제과학’의 수준이 낮으면 오히려 족쇄가 되고 신제품 개발의 발목을 잡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규제를 과학적으로 개발하고 관련 전문가를 키우는 게 사명이라 생각한다”며 “이런 부분에도 투자가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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