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정인이’ 사건을 계기로 경찰이 담당부서인 여성·청소년 분야에 우수 인력을 배치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일선 현장에선 이전보다 더 기피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26일 전국 시·도 경찰청장 등이 참석한 화상회의에서 “(경찰청장이 가진 권한 내에서) 특별승진과 특별승급자의 30% 정도를 여성청소년 분야에 할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여성청소년 분야에서 성과를 내면 그 기여도를 인정해 특별승진과 승급자 수를 예년보다 높이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앞서 11일 기자간담회 등에서도 “실적이 우수하거나 장기 근무한 학대예방경찰관(APO)은 특별승진과 승급은 물론 관련 수당 등 인센티브를 확대해 우수 인력을 유입하는 효과를 내겠다”는 계획을 밝혀왔다.
하지만 현장에서 들려오는 반응은 이와 정반대다. 오히려 인사를 앞두고 여성·청소년 관련 부서로 갈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한다. A경찰서 여성청소년수사팀의 한 경찰은 “아무도 지원하지 않는 것은 물론, 현재 있는 팀원들도 대다수가 부서 이동을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서울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대장 자리는 응모기간 동안 아무도 지원하지 않아 기간을 추가 연장한 뒤에야 지원자가 나왔다.
일선에서 여청·청소년 분야를 꺼리는 이유는 엇비슷했다. 최근 아동학대 등에 사회적 고나심이 커지며 조금만 실수해도 징계 받는다는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B경찰서 여성·청소년계 경찰은 “자칫하면 옷 벗을 각오까지 해야 하는데 특진이 무슨 소용이냐”고 반문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당장 현장에서야 체감하기 어렵겠지만 제도가 정착화하면 서서히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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