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檢 “원전 경제성 평가 개입한 산업부 직원, 백운규에게 ‘회계법인에 의견 냈다’ 보고”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월 29일 03시 00분


청와대 보고용 문건 7건 추가 확보
“한수원, 월성1호 폐쇄 결정 예정”
이사회 열리기 20일전 靑에 알려

‘월성 1호기’ 원자력발전소 조기 폐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산업통상자원부가 조기 폐쇄를 추진하면서 작성한 청와대 보고용 문건 7건을 복원한 것으로 28일 밝혀졌다. 검찰은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이 “회계법인 담당자를 만나 ‘월성 1호기’의 경제성 평가 수치와 관련한 의견을 냈다”는 실무진의 보고를 받은 사실도 확인했다.

대전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이상현)는 지난해 11월 압수한 산업부 원전산업정책과 사무관의 컴퓨터 등을 디지털포렌식 하는 과정에서 청와대 보고용 문건 7건을 확보했다. 앞서 산업부 김모 서기관은 2019년 12월 1일 밤 12시 무렵 감사원 감사를 앞두고 관련 문건을 삭제했다. 검찰은 김 서기관이 삭제한 문건 중 530여 건을 복구했는데 이 중 ‘청와대 보고용’으로 추정되는 문건이 7건 들어 있었다. 검찰은 김 서기관 등의 감사원법 위반 혐의 공소장에 이 같은 사실을 포함시켰다.

검찰은 산업부 원전산업정책과가 2018년 5월 23일 작성한 ‘에너지 전환 보완대책 추진 현황 및 향후 추진 일정(BH 송부)’이란 문건에 주목하고 있다. 이 보고서엔 “에너지 전환 로드맵에 따른 후속 조치로 한국수력원자력 이사회가 2018년 6월 15일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및 즉시 가동 중단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적혀 있었다. 당시 한수원 이사들은 이사회 일정을 통보받지 못했다. 그런데 청와대 보고용으로 작성한 문건에는 20일 뒤의 이사회 날짜가 정확히 적힌 것이다.

검찰은 당시 산업부 공무원들의 ‘경제성 평가’ 개입 사실이 청와대에도 문건 등을 통해 보고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하고 있다. 산업부는 문건 작성 직전인 2018년 5월 18일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용역을 맡았던 회계법인과 면담을 진행했다. 회계법인은 당초 ‘월성 1호기’를 계속 가동할 경우 경제성을 1779억여 원으로 평가했지만 산업부와의 회의를 거친 뒤 수치를 164억여 원으로 낮췄다.

검찰은 산업부 공무원들로부터 “회계법인에 경제성 평가 관련 의견을 냈다는 사실을 백 전 장관에게 보고했다”는 다수의 진술을 확보했다. 일부 공무원은 검찰에서 “장관으로부터 경제성 평가에 개입하라는 사전 지시를 받은 건 아니고 사후에 보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산업부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앞둔 2018년 6월 무렵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실과 사회경제수석실 등에 보고된 것으로 추정되는 문건을 여러 차례 작성한 사실도 확인했다. 검찰은 25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한 백 전 장관에 대해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고도예 yea@donga.com·배석준 기자
#원전경제성#산업부#백운규#월성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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