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1∼6월)는 중증 위험이 높은 고령 어르신을 중심으로 백신을 접종해 치명률을 낮추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3분기(7∼9월)부터 대상자를 대폭 확대해 지역사회 전파 위험을 효과적으로 차단하겠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28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 세부계획을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상반기에 1000만 명 이상, 11월까지 전 국민의 70%를 접종시켜 국민의 일상을 회복시키겠다는 청사진이다.
정부의 백신 접종 계획에 따르면 코로나19 위험에 가장 많이 노출된 감염병 전담병원, 중증환자치료병상 운영병원, 생활치료센터 등의 의료진 약 5만 명이 가장 빠른 2월 말부터 백신을 맞게 된다. 첫 접종은 국립중앙의료원에 마련된 중앙 예방접종센터에서 시작된다. 이어 충남 천안시 순천향대천안병원(중부권), 광주 조선대병원(호남권), 경남 양산부산대병원(영남권) 등 3개 권력별 거점 예방접종센터로 확대된다.
의료진에 이어 집단감염 우려가 높은 요양병원·시설 입원자 및 종사자 78만 명도 2월 말부터 백신을 맞게 된다. 해당 요양병원 의사가 자체 접종하거나 방역당국이 찾아가는 접종도 진행된다. 첫 접종자들은 국제 백신공유 프로젝트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를 통해 공급될 미국 화이자 또는 영국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3월 중순부터는 중증환자가 많은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 종사자와 코로나19 1차 대응요원 약 44만 명이 접종을 시작한다. 65세 이상 노인, 노인 장애인 노숙인 등 취약시설 입소자와 종사자, 1차 병원(의원), 치과, 한의원, 약국 등의 종사자 등 850만 명도 5월부터 백신을 맞을 수 있다.
백신은 2월 말 코백스가 공급하는 화이자 또는 아스트라제네카 초도 물량을 시작으로 정부가 제약사와 개별 계약한 아스트라제네카 물량(1000만 명분)이 공급될 것으로 보인다. 얀센(600만 명분)과 모더나(2000만 명분)는 2분기(4∼6월), 화이자(1000만 명분)는 3분기부터 도입이 시작된다.
하지만 집단면역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화이자 백신의 경우 유럽 등에서 이상 반응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성백린 백신실용화사업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아직까지 직접적인 인과관계에 대한 증명이 이뤄진 상황은 없다”고 말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고령층에게는 효과가 낮다는 논란도 일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독일백신위원회는 28일 보건부에 “65세 이상에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효과가 있다고 볼 데이터가 부족하다. 18∼64세에게만 접종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고령자 접종의 효능성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유럽의약품청(EMA)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젊은층에게만 허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상봉 식품의약품안전처 바이오생약국장은 “(허가 조건 등에) 조정 가능성은 있다”며 “어떻게 허가를 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지 여러 각도로 검증을 거쳐 결론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백신 접종 기피를 막을 현실적인 대안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병원 현장에선 좀 더 지켜보고 맞자는 심리가 적지 않다. 정부가 심리방역을 위한 홍보 전략을 더 세심하게 가다듬어야 한다”며 “자기 순서에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들도 4분기(10∼12월)까지 미루지 말고, 그전에 한 번 더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백신의 유통과 수송 전반을 총괄하는 임무는 군 주도로 꾸려진 질병관리청 소속 백신수송본부가 맡게 된다. 국방부 관계자는 “유통업체 직원이 백신을 빼돌리는 해외 사례도 있어 그런 점도 감독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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