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현황 보고받아…주말까지 고심
원칙·기준 만든 뒤에 윤석열과 협의
요식행위에 그치나…실질 협의 주목
인사 소폭 예상돼 협의 원만할 수도
박범계 신임 법무부 장관이 이르면 내주 윤석열 검찰총장을 만나겠다고 예고했다. 박 장관이 구상하는 검찰간 관계 설정의 큰 그림이 나올지 관심이 모아진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 장관은 지난 29일 인사 관련 부서로부터 현황을 보고받고 이날까지 고위·중간간부 인사의 원칙과 기준을 정하기 위해 고심 중이다.
박 장관이 공식 임기 첫날 “인사가 시급하다”고 밝힌 데 이어, 법무부 청사 첫 출근길에서도 당장 착수할 주요 업무로 ‘인사’를 꼽은 만큼 적어도 주말까지는 대략적인 인사 구상안이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박 장관의 결재를 기다리고 있는 인사는 검찰 고위·중간간부 인사다. 검사장급 고위 간부와 차장·부장검사급 중간 간부는 주요 사건 지휘는 물론, 검찰 내부의 주요 의사결정을 주도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특히 검찰총장 부재 시 검찰 업무를 총괄하는 대검 차장검사, 전국 최대 규모의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장, 검찰 인사 업무를 담당하는 법무부 검찰국장 등 주요 보직과 정권 수사를 지휘하는 일선 검찰청 차장·부장검사 등이 이에 포함된다.
통상의 절차에 비춰 박 장관은 윤 총장의 의견을 듣기 위해 만남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주말 내 대략적인 인사 구상안을 마련하면 내주 윤 총장을 만나 구체적인 사안을 논의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박 장관이 윤 총장의 의견을 어떤 방식으로 청취하는지가 관건이다. 앞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재임 시절 검찰청법상 ‘총장의 의견을 들어 보직을 제청한다’는 규정에 맞춰 윤 총장에게 인사 관련 의견을 보내라고 한 바 있다.
그러나 윤 총장은 법무부로부터 구체적인 인사안을 받지 못한 채 막연히 의견을 낼 순 없다며 제출하지 않았고, 추 장관은 윤 총장이 “제출을 거부했다”며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최종 인사안을 청와대에 제출하는 등 ‘힘겨루기’를 했다.
이번에도 박 장관이 윤 총장을 만나 단순한 의견을 듣겠다고 할 경우 윤 총장과의 첫 갈등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물 또는 보직을 두고 협의를 진행하는 것이 아닌, 검찰인사위원회 등에 서류로 제출하게끔 하는 등의 방안도 거론돼 박 장관이 취할 방식이 주목된다.
아울러 박 장관이 인사 원칙과 기준을 어떻게 정하느냐도 문제다. 추 전 장관은 형사·공판 검사들을 우대하고, 직접수사 부서를 축소한다는 기조 아래 특수·공안 등 검찰 내 주류로 꼽히는 검사들을 좌천 시켜 ‘물갈이’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 장관이 같은 기조를 이어갈 경우 법무부와 검찰간 관계는 지금과 크게 달라지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 장관은 자신을 ‘법무·검찰의 손님’이라고 강조했지만, 추 전 장관이 주요 보직에 ‘추미애 라인’을 둔 것처럼 ‘박범계 라인’이 생길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고위간부 빈자리가 얼마 없어 인사가 소폭 단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박 장관과 윤 총장이 어렵지 않게 협의를 이룰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승진이 아닌 전보를 중심으로 인사가 이뤄진다면 파급력도 크지 않을 거란 예상이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일선 전보 인사의 경우 검찰총장의 의견권이 큰 영향은 없어 대검 구성이나 중앙지검 부장을 누구로 할 것인지 정도만 의견을 낼 수 있을 것”이라며 “박 장관이 ‘추 장관과는 다르다’는 식으로 대검 구성에 관한 의견을 들어줄 수는 있을 듯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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