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해 車엑셀 밟았지만 제자리…대법 “음주운전 아냐”

  • 뉴시스
  • 입력 2021년 1월 31일 10시 54분


대리기사가 사고 후 도망…술 취해 운전
움직이지 않은 차…1·2심 "운전 아니다"

술에 취한 채 운전대를 잡았지만 차가 움직이지 않았다면 음주운전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31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16년 술에 취한 상태에서 차량을 운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A씨는 회사 동료들과 술을 마신 뒤 집으로 가기 위해 대리기사를 불렀다. 그런데 인근을 지나던 다른 대리기사 B씨가 운전을 하겠다고 제안했고, A씨는 받아들여 B씨가 차를 운전하게 됐다.

이후 A씨는 잠에 든 뒤 깨어났는데 차량이 사고가 난 채로 도로 한가운데 서 있었고 B씨는 없었다. A씨는 사고 장소에서 벗어나기 위해 시동을 건 뒤 기어를 조작해 엑셀을 밟았으나 차가 고장나 움직이지 않았고, 목격자의 신고에 의해 경찰 조사를 받게 됐다.

검찰은 차량이 움직이지는 않았으나 A씨의 행위가 음주운전에 해당한다고 보고 그를 재판에 넘겼다.

법원은 A씨는 실제 차를 움직이지 못해 음주운전 미수에 그쳤으므로 처벌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1심은 “시동을 걸고 기어를 조작하고 엑셀을 밟는 행위는 자동차를 이동하기 위한 일련의 준비과정에 불과하다”라며 “음주 상태에서 자동차를 운전해 실제로 이동했을 때 음주운전의 위험성이 현실화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고로 인한 파손으로 움직일 수 없는 자동차를 이동하기 위해 음주 상태에서 시동을 걸고 기어를 조작하고 엑셀을 밟은 것만으로도 음주운전죄가 기수(범죄 구성요건을 실현해 완성)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음주운전죄의 장애미수 또는 불능미수에 해당할 것인데, 해당 죄는 미수범을 처벌하는 규정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2심도 1심 판단을 유지했고 대법원이 상고를 기각해 무죄는 확정됐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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