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6일 이용구 법무부 차관에게 폭행을 당한 택시 운전사 A 씨가 “당시 상황이 찍힌 블랙박스 영상에 택시가 이동하는 모습이 담겼다”고 31일 밝혔다. 이 영상을 폭행 사건 닷새 뒤인 지난해 11월 11일 서울서초경찰서 B 경사에게 보여줬을 때 B 경사가 “다시 수사해야 하나”라고 혼잣말을 했다고도 주장했다.
A 씨는 오전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이 차관의 폭행 장면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에 대해 설명하며 “당시 차량을 갓길로 대기 위해 2~3m 움직일 때의 모습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블랙박스 업체에서 확인한 영상을 A 씨가 휴대전화로 찍은 37초 분량의 이 영상에서는 택시 바깥의 풍경이 보이지는 않는다고 한다. 다만 택시 내부로 비친 불빛 등을 근거로 차량이 움직이는 것이 추정 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움직이면 차 안에서도 (멈춘 것과) 다른 게 보이잖느냐. 내부에서도 (택시가) 슥 움직이는 게 보인다”고 했다.
검찰은 해당 영상을 이 차관의 폭행이 운행 중 이뤄졌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핵심 단서로 보고 수사를 하고 있다. 지난달 19일 A 씨를 불러 조사할 때 해당 영상을 A 씨와 함께 면밀히 살핀 것으로 전해졌다. 영상을 확인하고도 이 차관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을 적용해 입건조차 하지 않고 내사 종결한 경찰의 결정이 타당했느냐는 영상 속에 주행 중 폭행 장면이 담겼느냐에 좌우될 수 있기 때문이다.
A 씨에 따르면 영상에는 이 차관이 멱살을 잡고 욕설하는 모습과 함께 차량이 이동하는 모습이 모두 담겼다고 한다. 다만 차가 움직인 시점은 “폭행이 이뤄진 이후”라고 설명했다. A 씨는 “이 차관이 ‘택시기사입니다’라고 하자 이 차관이 멱살을 잡았던 손을 슬며시 놓았는데, 이 때 경찰에 신고하기 위해서 차를 한 쪽으로 댄 것”이라고 했다.
A 씨는 지난해 11월 11일 경찰 출석 당시 B 경사가 “(폭행 영상을) 못 본 걸로 하겠다”고 하기 전 혼잣말로 “다시 수사해야 하나”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경찰 (진상조사단) 에도 B 경사의 혼잣말에 대해 진술했다”고 말했다. 반면 B 경사는 경찰 진상조사단에 “‘못 본 걸로 하자’고 한 적이 없다”고 반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