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후 9시 이후 영업제한과 5인 이상 모임금지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조치를 2주간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은 연장을 예상은 했다면서도 버티기 어렵다며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
31일 정세균 국무총리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현재의 거리두기 단계와 방역 기준을 설(2월12일) 연휴가 끝날 때까지 2주간 연장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에 2월14일까지 2주간 수도권 2.5단계, 비수도권 2단계의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유지될 예정이다.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와 9시 이후 영업제한도 최소 1주간은 유지된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은 사람이 모이는 설 연휴가 다가오는 만큼 방역조치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했다면서도 아쉬움을 나타냈다. 영업시간 연장만은 허용하거나 세금 감면 같은 추가 지원이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최모씨(51)는 “교회에서 집단감염이 계속 나와 여기 주변 자영업자들도 방역조치가 연장될 것으로 다들 예상했었다”면서도 “설 연휴 대목을 이렇게 보낼 것으로 생각하니 고통스러워진다”고 했다.
최씨는 “낮부터 하는 음식점은 괜찮지만, 술집은 오후 늦게 열어 두세시간 영업하고 문 닫는다”며 “영업시간을 1시간만 연장해도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했다. 최씨는 “고정비 지출이 가장 큰 부담”이라며 세금 감면 같은 지원책도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영등포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엄모씨(40)는 “설 명절이 다가오는 만큼 2주 연장을 예상했기 때문에 지난번만큼 충격은 없는 것 같다”면서도 “손님들이 저녁 7시쯤 한번 들어오면 추가 손님을 받기 어려워 고정비용이 감당이 안 된다”며 방역조치 완화에 대한 바람을 나타냈다.
또 다른 술집 사장 차모씨(48)도 “누구 하나 좋자고 조치를 연장하는 것이 아니라 다수를 위해서 하는 것이니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면서도 “일을 늦게 마치는 근처 백화점이나 쇼핑몰 직원들을 손님으로 받을 수 있게 영업시간이 늘었으면 좋았겠다”고 말했다.
정부를 향한 쓴소리도 이어졌다. 마포구 연남동에서 만난 카페 사장 A씨(40대)는 “아프고 쓰리다는 표현에서 이제는 ‘상처 위의 상처’라는 말이 적합한 것 같다”며 “송구하다, 미안하다, 버텨달라는 말로 될 일이 아니다”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A씨는 “자영업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세금과 임대료”라며 “(이런) 세금과 임대료에 대한 고민 없이 지원금만 찔끔 주며 알아서 하라는 태도에 분노를 느낀다”고 했다.
영등포구에서 족발집을 운영하는 60대 김모씨도 “너무 힘들어 데모라도 하고 싶은데 그마저도 코로나 때문에 못한다”며 “(그걸 알기 때문에) 정부가 하고 싶은대로 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은평구 거주 회사원 박모씨(31)는 “방역 선진국이라고 자랑할 때는 언제고 지금은 ‘미안하다, 버텨달라’는 말만 하냐”며 “예전에는 ‘국민 모두를 위해 불편을 감수하자’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소상공인 단체들의 반발도 이어졌다. 16개중소상인영업단체모임은 정부 발표 이후 성명을 내고 “최소한의 생존권을 보장해달라는 중소상인·자영업자들의 요구를 외면한 일방적 결정”이라며 정부 발표를 ‘중소상인·자영업자 포기선언’이라고 규정했다.
한편 정 총리는 이날 “영업시간이 줄면서 개점휴업하는 상태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계신 수많은 자영업자들을 생각하면 정말 안타깝고 송구한 심정”이라면서도 “설 연휴가 끝날 때까지는 여러분의 협조와 참여가 절실하다”며 동참을 호소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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