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伊와 달리 AZ ‘65세 이상 투여’ 권고…예방접종 파란불 켜지나

  • 뉴시스
  • 입력 2021년 2월 1일 17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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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전문가 '안전성·효과성 검증 자문단' 결과 발표
"임상 참가자 적다고 고령자 투여 배제할 수 없다"
화이자 백신 6만명분외 1분기 도입 백신 물량은 AZ
소수의견 있고 아직 2차례 전문가 검증 절차 등 남아
곧 세부일정 결정…정은경 "집단면역 충분하면 접종"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검증 첫단계에서 전문가들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해 조건부 만 65세 이상 고령자 접종 의견을 내면서 국내 예방접종 일정에도 일단 파란불이 켜졌다.

만약 독일이나 이탈리아에서처럼 고령자 접종을 제한하라는 의견이 나왔다면 이르면 이달 중순부터 시작할 예방접종 일정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수 있었다.

예방접종전문위원회 심의를 거쳐 정부는 코로나19 환자 치료 의료진 5만여명과 요양병원 등 시설 입소·종사자 약 75만명 등을 1분기 우선 접종 대상으로 선정했는데, 코백스를 통해 이달 중순 이후 국내에 도착할 화이자 백신 6만여명분을 제외하면 1분기에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만 공급되기 때문이다.

다만 소수 의견으로 예방 효과에 대해 추가 결과 확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 가운데 정부는 2차례 전문가 검증과 허가 심사, 국가출하승인 등을 거쳐 공급 시기에 맞춰 세부 접종 일정을 확정할 계획이다.

1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열린 ‘코로나19 백신 안전성·효과성 검증 자문단’ 회의 결과 미국에서 진행 중인 임상시험 중간 분석자료를 허가 후 제출하는 조건으로 허가할 수 있다고 자문했다.

숙주세포와 결합할 때 쓰이는 스파이크 단백질을 만드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유전자를 인체에 안전한 바이러스에 넣어 전달(벡터),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바이러스 전달체 백신인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영국·스웨덴 다국적 제약회사인 아스트라제네카와 영국 옥스퍼드대 제너 연구소가 공동 개발했다.

한국은 위탁 계약으로 SK바이오사이언스가 국내에서 개발하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1분기부터 1000만명분(2000만회분) 공급받기로 예정된 상태다.

검증 자문단이 영국 2건, 브라질 1건, 남아프리카공화국 1건 등 4건 임상자료를 토대로 한 자문 결과 만 18세 이상 8895명(백신군 4440명, 대조군 4455명)에 표준용량으로 2회 투여한 임상 2~3상에서 약 62%의 예방효과를 나타냈다.

자문단은 2회 투여하고 적절한 투여 간격으로 4~12주를 제시했다. 안전성은 허용할 만한 수준으로 판단되나 횡단성 척수염을 포함한 신경계 관련 이상반응 발생에 대해서는 허가 후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했다. 임신 기간에는 투여를 권장하지 않았다.

그러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고령층 접종을 두고 일부 유럽 국가에서 고령층 접종 제한을 권고하면서 국내에서도 고령자 접종이 이뤄질지 관심이 쏠렸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만 18세 이상 백신 조건부 판매 승인을 했지만 독일에선 65세 미만, 이탈리아는 55세 미만으로 고령층 접종 제한을 권고했기 때문이다.

고령자에 대한 예방효과가 불확실하다는 게 주된 이유다. 여기에 아스트라제네카가 제출한 임상시험 참가자 가운데 만 65세 이상 고령자는 7.4%(660명)로 적다는 점도 고령자 접종에 대한 우려로 이어졌다.

전세계 백신 공동구매·배분 다국가 연합체인 ‘코백스(COVAX Facility)’로부터 2월 중순 이후 국내로 도입될 화이자 백신 5만8500명분(11만7000회분)을 제외하면 1분기에 국내로 들어오는 물량은 전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다. 정부는 이달 말 국내에서 생산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75만명분(150만회분) 외에 코백스로부터 상반기 중 도착할 130만~220만명분(260만~440만회분)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다.

문제는 이르면 이달 중순 이후 시작하는 국내 예방접종 계획상 1분기 접종자 상당수가 고령층이라는 점이다.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진 4만8900명을 시작으로 예방접종은 요양병원·시설 등 입원·입소자 및 종사자 77만6900명, 역학조사관 등 코로나19 1차 대응요원(8만4600명)과 상급종합병원 등 중증환자가 많이 방문하는 고위험 의료기관 보건의료인(35만2100명) 등 43만6700명이 접종한다.

요양병원·시설 등 입원·입소자 상당수가 고령인 점을 고려하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고령자 접종 여부가 1분기 예방접종 일정을 좌우하게 되는 셈이다.

이에 대해 검증 자문단 다수 전문가들은 임상시험에 고령자가 적다는 이유만으로 고령자를 접종에서 배제할 수는 없다는 의견을 냈다. 그 이유는 ▲임상시험계획이 만 18세 이상 대상자에서 유효성 및 안전성을 확인하도록 설계된 점 ▲만 65세 이상을 포함한 전체 대상자에서 예방효과가 확인된 점 ▲백신 투여 후 면역반응이 성인과 유사한 점 ▲안전성 프로파일이 양호한 점 등을 꼽았다.

백신을 투여한 고령자에게서 결합항체와 중화항체가 생성됐으며 성인군(18~64세)과 비교했을 때 항체가가 4배 이상 증가하는 ‘혈청전환율’도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고 자문단 다수는 평가했다.

물론 당장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허가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개발 이후 상용화하기까지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코로나19 백신·치료제에 대해선 전문가 검증을 3중으로 거쳐 허가 심사와 국가출하승인 작업을 하기로 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허가는 앞으로 4일 중앙약사심의위원회를 포함해 최종점검위원회 등 2차례 추가 전문가 검증을 거쳐 허가 심사와 국가출하승인을 통해 최종 결정된다.

당장 안전성에 있어선 고령자에 대해서도 허용할 만한 수준으로 허가 후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제시했지만 그렇다고 효과성에 대해 전문가들 의견이 만장일치를 이룬 건 아니다.

소수 전문가들은 고령자 자료가 부족해 예방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 등을 들어 추가 결과 확인 후 허가사항에 반영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유럽에선 유럽의약품청(EMA)이 지난달 29일 만 18세 이상 전 나이대에 대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사용을 권고했고 당일 EU 집행위원회도 백신 사용을 승인했다.

다만 독일의 질병관리청 격인 로베르트코흐연구소(RKI) 산하 예방접종위원회는 65세 미만(만 18~64세)에게, 이탈리아의약청(AIFA)은 만 54세까지 우선 사용할 것을 각각 권고한 상태다. 이 또한 고령층에 대한 임상시험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게 주 이유로 분석된다.

방역당국은 독일과 이탈리아 등의 사례는 국가별로 접종 연령을 권고한 것으로 허가 자체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식약처 허가 외에 예방접종심의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접종 대상 등을 확정하겠다는 계획이다.

김상봉 식약처 바이오생약국장은 이날 “해외의 경우 독일, 이탈리아 등에서 연령 제한 의견이 나오지만 유럽의약품청의 허가 시스템 상 회원국은 유럽의약품청의 허가사항을 따르게 돼있다“며 ”회원국의 허가사항 자체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고 접종 시 각국의 보건당국 자문기구에서 접종연령 권고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 단장을 맡은 정은경 질병관리청 청장은 ”식약처의 허가 내용을 확인하고 예방접종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고령층 접종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의사 결정을 하고 세부 접종 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라며 ”(공급) 물량들을 통해 접종 대상자를 어떻게 확정할 건지 세부 일정을 조만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예방효과가 다른 백신보다 낮더라도 집단면역 형성에 도움이 된다면 얼마든지 접종이 가능한 만큼 안전성만 입증된다면 안심하고 접종해도 괜찮다고 정 청장은 설명했다.

정 청장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효과가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는 있지만 어느 정도 집단면역을 형성하기에는 충분한 정도의 효과와 안전성이 있다고 하면 접근성, 이상반응 발생 빈도 등을 고려해 충분히 접종 가능하다“며 ”전문가들이나 정부 결정을 믿고 예방접종에 임해주시기를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세종=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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