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를 1주일 앞둔 3일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에서 만난 과일가게 주인 김준수씨(가명)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평소 과일을 먹는 손님조차 크게 줄었다는 김씨는 “정부에서 재래시장 살리겠다고 대책 세워도 딱히 나아지는 게 없다”며 “요즘 사람들은 웬만한 건 온라인으로 시키지 않냐”고 탄식했다. 그는 “봄가을에 작황이 안 좋았고, 수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과일이나 야채값이 오른 것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했다.
인근 상인들의 반응도 마찬가지였다. 빈대떡 같은 전을 팔고 있는 양현순씨는 “코로나 터진 이후로 손님도 매출도 많이 줄었다”며 “아무리 그래도 명절이니까 설날 닥치면 손님들이 올 것도 같지만 5인 이상 집합금지 때문에 많이 사가진 않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그는 “예전엔 미리 주문을 넣어두는 손님들이 많았는데 올해는 거의 없다”라며 “2만원어치 사갈 거 1만원어치 사가는 손님들이 많을 것으로 같다”고 예상했다.
한과 등 제수용품을 파는 유해란씨도 “작년 매출의 20% 수준”이라며 “코로나 때문에 시장 나오는 사람도 적고, 5인 이상 집합금지 때문에 매출이 줄었다”고 말했다. 유씨도 “차례를 아예 안 지낼 수는 없으니 개별적으로 먹기 위해 사가는 사람은 있지 않을까”라고 푸념했다. 굴비 등 건어물 가게를 운영하는 박진수씨(가명)도 “올해는 많이 못 팔았다”며 “매출이 절반 이하 수준으로 내려갔다”고 답답해했다.
‘명절 특수’가 사라진 전통시장 상인들의 고통에는 코로나19로 인한 방역조치, 그리고 온라인 주문이 일상화된 시민들의 삶이 한몫 한 것으로 보인다. 경기 양평에 거주하고 있는 70대 박모씨는 “‘5인 이상 집합금지’로 자식들에게 오지 말라고 했다”며 “평소 명절에 며느리, 딸과 전, 동그랑땡, 산적 등 가족 먹을 걸 푸짐하게 마련했지만 올해는 남편과 둘이 보내기 위해 음식을 많이 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50대 윤모씨도 “‘5인 이상 집합금지’로 친정과 시댁 다 안 내려갈 예정”이라며 “고모댁에서 나물, 전, 강정을 보내주신다고 해 모자란 것만 백화점 식품코너에서 사려한다”고 말했다. 수원에 거주하는 30대 임모씨도 “재작년까지만 해도 가족들이 다 모여서 푸짐하게 제사상을 차렸는데, 코로나가 터진 작년부터는 동그랑땡이나 만두 정도만 하고 있다”라며 “올해는 같이 사는 가족끼리만 모이기로 해서 더 간소화될 것”이라고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차례상 등 설 연휴에 활용할 음식을 온라인으로 주문하겠다는 글들이 올라왔다. ‘대구맘’이란 닉네임을 쓰는 한 맘카페 이용자는 “명절 차례상 음식 주문해보신 분들 어디가 잘하냐”며 “코로나 때문에 다들 못 오신다 해서 비용 차이가 안 나면 사드신다고 해 글을 올렸다”고 했다. ‘중랑맘’은 “시댁, 친정 모두 음식을 따로 준비하지 않고 차례상 차림을 주문하려 한다”며 온라인 차례상 주문 경험이 있는 네티즌에게 질문을 했다.
소상공인과 전통시장 등을 지원하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도 이런 문제들을 파악하고 지원에 나서고 있다. 공단 한 관계자는 “온라인으로 물품을 사는 분들이 많아졌기 때문에 지난해부터 전통시장의 온라인 진출을 돕기 위한 사업을 하고 있다”며 “네이버나 놀러와요시장 앱 등에 입점할 수 있게 돕거나, 관련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온누리상품권 등을 활용해 전통시장에서 장을 본다면 가계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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