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2명 숨지게 한 20대 아빠 살인 무죄→징역 23년, 왜?

  • 동아닷컴
  • 입력 2021년 2월 3일 17시 51분


진정서 빗발쳤던 ‘원주 남매 사건’
法 “살인 고의성 충분히 입증 돼”
친모도 징역 6년 법정구속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사진=동아일보DB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사진=동아일보DB
첫돌도 지나지 않은 자녀 2명을 숨지게 한 20대 부부가 항소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원심은 부부에게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없다고 봤지만, 항소심은 고의성이 충분히 입증됐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 1부(박재우 부장판사)는 살인과 사체은닉, 아동복지법 위반,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아동학대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황모 씨(27·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했다고 3일 밝혔다. 황 씨는 원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은 바 있다.

아동학대치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황 씨의 아내 곽모 씨(25) 역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6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황 씨에게는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을 명령했다. 또한 부부는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와 각 10년과 5년간 아동 관련 기관에 취업제한 등 보안 처분을 받았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은 피고인들이 양육하고 보호해야 할 친자녀들”이라며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보지도 못한 채 친부에 의해 살해된 피해자들의 생명은 어떠한 방법으로도 되돌릴 수 없고 그 무엇으로도 보상할 수 없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곽 씨에 대해선 “황 씨가 소리에 민감하고, 충동조절장애가 있음을 알면서도 ‘별일 없겠지’라는 막연한 추측으로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도록 방치했다”며 “엄벌이 필요하다”고 판시했다.

황 씨는 지난 2016년 9월 강원도 원주시의 한 모텔에서 생후 5개월 된 딸 A 양이 울면서 잠을 자지 않자 이불로 온 몸을 덮은 채 3시간 동안 방치해 숨지게 했다. 또한 2019년엔 생후 9개월 된 아들 B 군이 시끄럽게 울어 낮잠을 방해하자 오른손 엄지로 목젖 윗부분을 20초 간 조른 다음 방문을 나가버렸다. B 군은 호흡곤란 등으로 사망했다. 당시 B 군은 출생신고도 되지 않은 상태였다.

부부는 숨진 자녀를 원주 외곽에 암매장했다. 이들은 2019년 2월 집에서 큰아들 C 군(당시 3세)과 생후 4개월의 B 군이 싸우도록 부추기면서 이 장면을 휴대전화로 촬영하기도 했다.

부부는 A 양이 숨진 이후 사망 신고를 하지 않은 채 총 710만 원의 양육 또는 아동수당을 부정 수급했다.

이들은 지난해 1월 정부의 ‘전국 만 3세(2015년생) 아동 소재·안전 전수조사’에서 적발돼 경찰에 체포됐다.

한편 항소심 선고공판을 앞둔 지난달 6일부터 이달 2일까지 항소심 법원에는 이들 부부의 엄벌을 요청하는 진정서가 400여 건 접수되기도 했다. 이날 선고 전에도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관계자들이 나와 법원 앞에서 1인 시위를 했다.

장연제 동아닷컴 기자 jej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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