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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부실논란’ 伊유학생 트램사망 재수사…“현장 검증하라”
뉴시스
업데이트
2021-02-05 10:49
2021년 2월 5일 10시 49분
입력
2021-02-05 10:48
2021년 2월 5일 10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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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법원, 재수사 명령…6개월 내 진행
운전 고의·과실 조사할 듯…재연 등 언급
법원 "예상 못할 행동했다고 생각 않아"
단순 사고 결론…유족 "다시 수사 필요"
운전자 인지 가능성…CCTV 영상 등 제시
이탈리아 밀라노 법원이 지난해 2월 발생한 한인 여성 트램(노면전차) 사망 사고를 재수사하라고 명령해 주목받고 있다. 당초 재조사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으나, 유족 측 분투 속에 성사된 것으로 파악된다.
5일 뉴시스 취재 결과 밀라노 법원은 지난달 14일(현지 시간) 한인 여성 사고사 재조사 요청에 관한 심리 후 “검사의 수사 기각 요청을 거절하고 재수사 진행을 명령한다”고 밝혔다. 재수사 진행 기간은 6개월 이내로 제시됐다.
이 사건은 지난해 7월31일 현지 검찰이 단순사고로 간주해 수사 종결 요청을 했던 사안이다. 하지만 유족 측은 같은 해 9월19일 불복 절차를 밟았고 이번에 재수사 결정이 나온 것이다.
법원은 운전자 과실 등에 관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운전자의 상황 인지 가능성을 검토하고 재연을 통해 ‘피할 수 없는 사고였는지’를 검증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사고는 지난해 2월10일 오후 11시30분께 밀라노 오베르단 광장 앞 부근 트램 선로에서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영국 유학 중 이탈리아를 여행하던 20대 한인 여성 A씨가 숨졌다.
당시 A씨는 선로를 건너다가 차량 앞에서 넘어졌는데, 이후 트램이 출발하면서 참변을 당했다. 일행은 사고 발생 뒤에야 A씨가 선로 방향으로 향했던 사실을 인지했다고 한다.
이후 현지 당국은 대면조사, A씨 사고 전 행적 등을 토대로 ‘주취 상태였다’는 해석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 진술과 녹화영상 등을 토대로 “예측할 수도 피할 수도 없는 사건”이라고 봤다.
하지만 유족 측은 조사가 불충분했다는 취지로 불복 절차를 밟아왔다. A씨는 만취 상태가 아니었고, 설사 주취 상태였더라도 트램 운전자가 사고 예방 의무를 준수했는지 등에 대한 지적이 있었다.
특히 운전자 시야에 A씨 모습이 인지될 수 있었다는 주장 등이 제기됐다. 앞서 검찰은 A씨가 몇 걸음 걷다가 땅에 넘어졌고 엎드린 상태에서 일어날 수 없었고, 차량 높이에서 운전자는 볼 수 없었다는 취지 판단을 했다고 한다.
반면 유족 측은 폐쇄회로(CC)TV 영상을 토대로 운전자 높이에서 A씨 횡단을 인지할 시간이 약 5초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 A씨가 넘어진 뒤 정상적으로 일어나던 중 트램 운행으로 사고가 발생했다고 바라봤다.
실제 사고 당시를 담은 28초 분량 영상에서는 A씨가 트램 앞에 넘어졌다가 일어나기 위해 시도하는 장면이 목격된다. 해당 영상 7~8초부터 12초 사이에는 A씨가 선로에 넘어진 뒤 횡단을 시도하는 장면이 나타나 있다.
현지 법원은 유족 측 주장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검사가 진행했던 수사는 부족하다”면서 “(사고) 비디오를 찍은 카메라 위치를 확인할 필요가 있고, 트램 내부에 앞면을 보여주는 스크린이 있었는지도 확인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피해자가 서 있었을 때 기사에게 보일 수 있었다”며 “트램 옆을 찍은 비디오도 검토를 해야 한다. 그러면 기사가 피해자가 트램 옆에서 앞으로 이동하는 순간을 보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피해자가 갑작스럽고 예상할 수 없는 행동을 했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며 “가족처럼 재수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트램 운전자 고의 또는 과실 정황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구체적 재수사 방식도 제시됐다. 법원은 “기술적 검토를 위해 트램에 관련된 모든 비디오, 사고 시 기사와 트램 운영회사의 통화 기록, 기사의 휴대전화 통화 기록을 수집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피해자와 트램 사이 거리를 확보하고, 똑같은 트램을 사용해 사고 현장에서 시뮬레이션을 진행해야 한다”고 했다. 당시 상황을 구성해 재연, 불가피한 사고였는지 등을 검증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당초 이번 재수사는 성사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관측하는 시선이 많았다. 특히 트램 사고, 아울러 피해자가 외국인인 경우에 대한 재수사 명령은 비교적 이례적 사례에 해당한다는 전언이다.
하지만 유족 측과 변호인단은 도움을 요청하고 법적, 기술적 반론을 제시하는 등 노력을 이어왔다고 한다. 유족은 “유럽에서는 재수사 명령 나오기가 하늘의 별따기라고 들었는데, 희망을 주신 것에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향후 현지 당국은 사고 관련 재수사에 들어갈 전망이다. 운전자 고의, 과실이 인정될지는 미지수다. 아울러 트램 회사 상대 수사 등이 원활히 진행될지 여부 등도 관심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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