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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출근길 사망사고, 잘못 설치된 신호등 탓이라면 업무상 재해”
뉴시스
업데이트
2021-02-05 11:49
2021년 2월 5일 11시 49분
입력
2021-02-05 11:48
2021년 2월 5일 11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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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반대편 차선에 설치된 배면 신호등 착각했을 가능성
광주고법 "1심 정당, 근로복지공단은 유족 급여 등 지급해야"
과실이 일부 있더라도 전적으로 근로자에게 책임을 지울 수 없는 교통사고로 출근 중 숨졌다면 업무상 재해로 인한 사망으로 봐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광주고법 제주행정1부(부장판사 왕정옥)는 A씨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5일 밝혔다.
건물청소 방역 회사에 다니던 A씨는 지난해 10월18일 아침 출근길에 제주시 건주로 인근 교차로에서 신호 위반 사고를 냈다. 마주오던 버스와 충돌해 머리를 크게 다친 A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숨졌다.
유족은 “A씨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면서 근로복지공단 측에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다. 그러나 공단 측은 “A씨의 재해 원인이 본인의 신호위반(중과실)에 따른 법률 위반 행위 때문이어서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없다”며 지급을 거부했다.
이에 유족은 “A씨가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하는 도중 발생한 사고는 ‘출퇴근 재해’에 해당한다”면서 “A씨의 사고는 교차로 내의 신호등 설치 관리상의 하자가 상당한 원인이 돼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하며 공단 측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A씨 유족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과실이 일부 있었다고 하더라도 교통사고가 오로지 또는 주로 A씨의 범죄행위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고 할 수 없는 이상 업무상 재해로 보아 이 사건 처분은 취소돼야 한다”고 밝혔다.
A씨가 사고를 낸 지점의 교차로 신호등이 차량 정지선 위에 설치돼 있어 정지선에 맞춰 멈춰선 A씨가 신호등을 볼 수 없었을 것이란 판단이다.
공단 측이 교통사고를 분석한 ‘재해조사서’에 “사고 경위가 적색신호 대기 중에 ‘신호 변경상태를 확인하지 못하고’ 주행해 충돌사고로 사망한 재해임”이라고 기재한 것도 재판부의 판단을 뒷받침 했다.
신호등을 올바르게 설치해두었다면 A씨가 신호를 위반하면서까지 교차로를 통과해야 할 만한 사정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항소심 재판부도 1심 선고 내용을 신뢰했다.
일반적으로 신호등은 정지선에서 40m 이내에 설치하도록 돼 있지만, 사고가 난 교차로의 반대편 신호등은 55m 밖에 서 있어 비가 내리던 궂은 날씨에 피해자가 잘 파악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또 반대편 차선에 설치된 배면 신호등을 자신의 진행방향이 아닌 다른 진행 방향의 신호등으로 착각했을 가능성이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소송에 참여한 제주도 역시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 도내에 설치된 배면 신호등을 순차적으로 교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2008년 11월 개정된 교통신호기 설치·관리 매뉴얼에 따르면 교차로 건너편에 설치하는 제2 주신호등은 진행방향 도로의 중앙에 위치하도록 하고 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배면 신호등이 적색 신호인 상태임을 인식하고도 교통사고나 부상 발생 가능성을 감수하면서까지 신호를 위반해 교차로를 통과해야할 급박한 사정도 찾아볼 수 없다”며 “1심 판결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제주=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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