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논의’ 전국법관회의 요구 봇물… ‘법난’ 치닫나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2월 5일 16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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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대법원장이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김명수 대법원장이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김명수 대법원장의 ‘탄핵’ 발언 파문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문제의 대화 녹음을 공개한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의 사법연수원 동기생들이 5일 김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을 주장하는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사태가 집단행동 양상으로 비화하고 있다. 김 대법원장의 ‘정치권 눈치 보기’와 거짓말 행태를 비판하는 판사들의 의견이 쇄도하고 법관들의 내부 동요가 커지면서 ‘법난(法亂)’ 사태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특히 법원 내부에서는 이번 사태가 ‘사법부 독립’ 문제와 직결된 사안인 만큼 일선 판사들의 상설 대표기구인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법관들의 집단적 의사를 결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국법관대표회의의 ‘임무’를 규정한 규칙 6조에 따르면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사법행정 및 법관독립에 관한 사항에 대해 의견을 표명하거나 건의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김 대법원장이 지난해 5월 사표를 내러온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와의 면담에서 “오늘 그냥 (사표를) 수리해버리면 (여당이) 탄핵 얘기를 못하잖아”라고 말한 것은 사법행정의 정점에 있는 대법원장이 사법부 독립 문제와 직접 관련돼 있는 만큼 이번 사태야말로 법관대표회의의 임무에 부합한다는 내부 의견이 나오고 있다.

앞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를 앞두고 있던 2018년 6월 전국 각급 법원을 대표한 판사 115명이 전국법관대표회의 임시회의를 열고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에 대해 형사절차를 포함하는 성역 없는 진상조사와 철저한 책임 추궁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발표한 바 있다. 결의안에는 형사조치 촉구뿐 아니라 △대국민 사과 △법관 독립이라는 헌법적 가치가 훼손된 점에 대한 심각한 우려 △근본적이고 실효적인 대책의 조속한 마련과 실행도 포함됐다.

한편 사법연수원 17기 동기생 140여명은 5일 ‘임성근 판사 탄핵에 대한 우리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내고 “김명수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김 대법원장이 법원의 수장으로서 자신이 지켜야 할 판사를 보호하기는커녕 탄핵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도록 내팽개쳤다”며 “정치권의 눈치를 보는 데 급급해 사법부의 독립을 포기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김 대법원장이 심지어 일국의 대법원장으로서 임 부장판사와의 대화 내용을 부인하는 거짓말까지 했다”며 “녹음파일이 공개되자 비로소 오래된 일이라 정확히 기억하지 않았다는 등의 변명으로 일관한 행동은 법원의 권위를 실추시켰고 다수의 법관으로 하여금 치욕과 자괴감을 느끼게 했다”고 지적했다. 동기생들은 “이번 탄핵 사태는 법조와 관련된 것이고 우리 17기 동기생과 관련된 것이기에 우리가 먼저 나섬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이는 우리에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법조 전체, 나아가 우리 국가 전체에 관련된 것이므로 일반 국민들도 함께 하기를 기대한다”고 촉구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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