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갈등 피하려 ‘소폭인사’…탐색 끝나면 尹과 본격충돌?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2월 7일 20시 30분


“1년 반 동안 3차례, 6개월 단위로 검사장급 인사를 실시했던 점을 감안해 공석 충원 외에 승진 없이 전보도 최소화했다.”

법무부가 일요일인 7일 이정수 신임 법무부 검찰국장 등 검사장급 고위 간부 4명에 대한 전보 인사를 단행하며 보도자료에 밝힌 인사 배경이다. 검사장 2명이 자리를 맞바꾸고, 나머지 2명은 공석을 메우는 A4용지 1장 분량의 짤막한 내용이었다. 검찰 내부에서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의견이 형식과 실질 모두 반영되지 못한 인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4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 출석,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4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 출석,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박 장관, 충돌 피하려 ‘소폭 인사’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첫 검사장급 인사의 관전 포인트는 윤 총장의 의견이 얼마나 반영되는지 여부였다. 박 장관이 인사권과 감찰권을 이용해 윤 총장을 견제했던 추미애 전 장관과는 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검찰 안팎에서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윤 총장을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고 언급한 만큼 윤 총장의 의사가 어느 정도 반영되기를 바라는 기류였다.

박 장관은 검찰 고위 인사를 두고 윤 총장과 여권이 극심한 온도차를 보이자 인사 규모 최소화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윤 총장은 각종 수사 무마 의혹의 중심에선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자신에 대한 무리한 감찰과 징계의 선봉에 섰던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 교체하는 등 ‘대폭 인사’를 요청했다. 반면 친정부 성향의 간부들은 ‘대규모 물갈이’ 여론을 잠재우고 검찰총장이 바뀌는 올 7월 유리한 인사를 꾀할 수 있도록 ‘소폭 인사’를 희망했다고 한다.

하지만 ‘추미애 라인’ 간부들을 교체해달라는 윤 총장의 요구는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난해 취임 후 1년 내내 옵티머스 사건 등 권력비리 의혹을 축소 무마했다는 논란에 휘말렸던 이 지검장도 유임됐다. 윤 총장에 대한 징계가 법원에서 제지된 이후 이 지검장은 서울중앙지검 차장과 부장검사들로부터 사퇴 건의를 들을 정도로 지휘 동력을 상실한 것으로 평가되는 상황에서 유임된 만큼 검찰에서는 비판적 시각이 우세하다. 일선 검사들 사이에서는 “최대 검찰청을 지휘할 리더십을 잃은 이 지검장을 유임시킨 것은 여권의 무리수”라는 의견도 나온다.

법무부 관계자는 “이 지검장 외에도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을 수사하는 이두봉 대전지검장과 김학의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을 수사하는 문홍성 수원지검장을 유임했다”고 설명했다.

●탐색전 마친 朴-尹, 갈등 본격화 우려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과 자리를 맞바꾼 이정수 서울남부지검장은 윤 총장과 여권의 대립 과정에서 상처를 입지 않은 거의 유일한 여권 성향 검찰 간부로 알려져 있어 영전이 예상돼왔다. 이 신임 검찰국장이 2015년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장으로 근무할 당시 심 국장은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장이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이때도 두 사람은 서로를 각별히 챙기는 관계였다”고 전했다. 이 국장은 2017~2018년 국가정보원 법률자문관으로 근무할 당시 신현수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이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을 지내 함께 근무한 인연도 있다.

대검의 정책과 실무를 총괄하는 기획조정부장에는 조종태 춘천지검장이 보임됐다. 온화한 성품의 조 지검장은 검찰 내에서 현안 수사와 정책 기획 역량을 두루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조 지검장의 기조부장 발탁은 윤 총장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고 한다.

이번 인사에서 박 장관은 인사 규모를 최소화해 윤 총장과의 정면 갈등을 피했다는 해석이 나오지만 서로 탐색전을 마친 두 사람이 이번 인사 이후 갈등 관계로 접어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박 장관은 올 7월 윤 총장 퇴임 후 새 검찰총장이 임명된 뒤에 큰 폭의 고위간부 인사를 단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설 연휴 이후 단행될 중간간부 인사 규모도 크지 않을 전망이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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