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반 동안 3차례, 6개월 단위로 검사장급 인사를 실시했던 점을 감안해 공석 충원 외에 승진 없이 전보도 최소화했다.”
법무부가 7일 이정수 신임 법무부 검찰국장 등 검사장급 고위 간부 4명에 대한 전보 인사를 단행하며 보도자료에 밝힌 인사 배경이다. 검사장 2명이 자리를 맞바꾸고, 나머지 2명은 공석을 메우는 A4용지 1장 분량의 짤막한 내용이었다. 검찰 내부에서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의견이 형식과 실질 모두 반영되지 못한, 추미애 전 장관의 ‘윤석열 고립시키기’가 반복된 인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 지휘동력 상실한 이성윤 지검장 끝내 유임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첫 검사장급 인사의 관전 포인트는 윤 총장의 의견이 얼마나 반영되는지였다. 박 장관이 인사권과 감찰권을 이용해 윤 총장을 견제했던 추 전 장관과는 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검찰 안팎에서 나왔다. 박 장관은 검찰 고위 인사를 두고 윤 총장과 여권이 극심한 온도차를 보이자 인사 규모 최소화로 가닥을 잡았다. 박 장관은 “지난해 검찰 인사가 너무 잦았다”며 추 전 장관과의 차별화를 시사했다고 한다.
윤 총장은 각종 수사 무마 의혹의 중심에 선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자신에 대한 감찰과 징계의 선봉에 섰던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을 교체하는 등 ‘대폭 인사’를 요청했다. 반면 친정부 성향의 간부들은 ‘대규모 물갈이’ 여론을 잠재우고 검찰총장이 바뀌는 올 7월 유리한 인사를 꾀할 수 있도록 ‘소폭 인사’를 희망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지검장은 결국 유임됐다. 이 지검장은 청와대 인사들이 연루된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 수사에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의 인턴 확인서를 허위 작성한 혐의로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을 기소하라는 윤 총장의 지시를 3차례 거부하기도 했다. 지난달 1심 법원은 최 의원의 이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 지검장은 또 채널A 사건과 관련해 한동훈 검사장을 무혐의 처분해야 한다는 수사팀의 요청을 계속 거절하며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 기술이 발전할 때까지 무혐의 처분을 미뤄야 하지 않느냐”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 총장에 대한 징계가 법원에서 제지된 이후 이 지검장이 서울중앙지검 차장과 부장검사들로부터 사퇴 건의를 들을 정도로 지휘 동력을 상실한 것으로 평가되는 상황에서 유임된 만큼 검찰에서는 비판적 시각이 우세하다.
○ 檢 중간 간부 인사 때 朴-尹 충돌 가능성
심 국장과 자리를 맞바꾼 이정수 서울남부지검장은 윤 총장과 여권의 대립 과정에서 상처를 입지 않은 거의 유일한 여권 성향 검찰 간부다. 일찌감치 영전이 예상된 그는 차기 서울중앙지검장 후보군에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신임 검찰국장이 2015년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장으로 근무할 당시 심 국장은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장이었다. 한 검찰 관계자는 “그때도 두 사람은 서로를 각별히 챙기는 관계였다”고 전했다. 이 신임 국장은 2017∼2018년 국가정보원 법률자문관으로 근무할 당시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을 지낸 신현수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과 함께 근무한 인연도 있다.
대검의 정책과 실무를 총괄하는 기획조정부장에는 조종태 춘천지검장이 보임됐다. 조 지검장의 기조부장 발탁은 윤 총장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고 한다.
법무부 관계자는 “심 국장을 전보했고,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을 수사하는 이두봉 대전지검장을 유임했다”며 윤 총장의 의견을 어느 정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사에서 탐색전을 마친 박 장관과 윤 총장은 이번 인사를 계기로 갈등 관계로 접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설 연휴 이후 단행될 중간 간부 인사에서 충돌할 가능성도 있다. 박 장관은 올 7월 윤 총장 퇴임 후 새 검찰총장이 임명된 뒤에 큰 폭의 고위 간부 인사를 단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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