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부당 폐쇄 압박, 막대한 손해… 문건삭제 관련자들과 20차례 연락”
白측 “사실무근… 기억 안난다” 영장실질심사서 치열한 공방
법원선 구속 필요사유 인정 안해
법원이 9일 백운규 전 산업통상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함으로써 청와대 관계자 등 ‘윗선’을 향한 검찰 수사에도 어느 정도 차질이 생기게 됐다. 검찰은 “백 전 장관이 ‘월성 1호기’ 원자력발전소를 부당 폐쇄하도록 압박해 한국수력원자력에 막대한 손해를 끼쳤다”는 논리를 내세웠지만 법원에선 구속 수사 필요 사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 백 전 장관 “보고받지 않았다” 혐의 부인
검찰은 백 전 장관이 2018년 4월 3일 정모 국장으로부터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실의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및 가동 중단 방침’을 보고받은 뒤 ‘조기 폐쇄 및 즉시 가동 중단’을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정 국장 등이 직접 한수원 사장에게 연락해 이 같은 방침을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백 전 장관의 지시를 받은 산업부 공무원들이 원전 관리 주체인 한수원을 부당하게 압박했다고 봤다. 한수원은 2018년 초까지 월성 1호기를 폐쇄한 이후 2년여 동안 추가로 가동하는 안을 내부 검토하고 있었는데, 백 전 장관이 행정기관장의 지위를 이용해 한수원의 경영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영장실질심사에서 “정부가 추후 한수원에 대한 보상 문제, 야당과 언론의 비판 등을 우려해 한수원이 자발적으로 조기 폐쇄를 결정한 것처럼 모양새를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산업부가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수치를 회계법인의 초안보다 낮추는 과정에 백 전 장관이 개입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산업부 공무원들로부터 “당시 회계법인과 산업부 서기관이 면담한다는 사실을 사전 보고했고, 사후에 내용과 참석자 등도 장관에게 보고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백 전 장관 측은 8일 구속영장실질심사에서 “관련 보고를 받은 적 없고 기억나지 않는다”며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백 전 장관 측은 “실무진이 주로 청와대 비서관실과 소통하고, 실무진의 소통 내용을 모두 장관이 알고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 檢 “정책 성과에만 매몰돼 위법”
검찰은 백 전 장관이 향후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산업부 공무원 등과 말을 맞추는 등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크다는 점도 언급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검찰은 “백 전 장관이 지난해 감사원 감사 당시 산업부 담당 공무원들로부터 ‘감사관과의 면담 결과’ 등을 수시로 보고받았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산업부 공무원이 ‘월성 1호기’ 관련 문건을 대거 삭제한 2019년 12월 무렵 백 전 장관이 관련자들과 20여 차례 연락을 주고받은 기록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백 전 장관이 지난해 감사원의 감사가 진행 중일 때 여당 의원 등과 접촉했던 정황을 제시하며 증거 인멸 우려 등 구속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검찰은 “백 전 장관은 법률에 따라 정책을 추진해야 하는데 성과에만 매몰돼 법을 위반했다”며 “그 결과 정책 추진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시켰다”고 사안의 중대성을 설명했다.
검찰은 당초 백 전 장관을 구속시킨 뒤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방침을 산업부에 전달한 채희봉 전 대통령산업정책비서관(현 한국가스공사 사장)을 불러 조사할 것으로 예상됐다. 검찰은 백 전 장관을 포함한 산업부 공무원들의 혐의와 관련한 보강 조사부터 마무리한 뒤 채 전 비서관 등을 조사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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