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군 사람들은 모두 재난지원금을 받는다던데 우린 왜 안 주나요?” “해남군도 준다는데 왜 완도는 ㅠㅠ.”
지난달 전남 완도군의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재난지원금 관련 불만 글들이 올라왔다. 완도군은 당초 재정 여건이 어려워 모두에게 재난지원금을 나눠주긴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인근 지방자치단체들이 하나둘씩 ‘보편적 재난지원금’ 쪽으로 가닥을 잡자 난감해졌다. 결국 완도군은 고심 끝에 1일 “1인당 10만 원씩 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완도군 관계자는 “군 의회 등에서 보편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아 전향적으로 검토했다”며 “기존 예산을 조정해 재난지원금 지급 예산 50억 원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완도군의 재정자립도(지방세 등 자체 수입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율)는 6.35%로 전국에서 네 번째로 낮았다.
○ 기초·광역지자체 10곳 중 1곳꼴 “모두 지원”
정부와 여당이 4차 재난지원금 지급 검토에 들어간 가운데 자체 재원으로 주민 모두에게 보편적 재난지원금을 주기로 한 지자체들이 늘고 있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8일 현재 17개 광역지자체 중에서는 경기도와 울산시 등 2곳, 전국 226개 기초지자체 가운데에는 25곳 등 모두 27곳이 ‘보편 지원금’을 준다고 발표했다. 지자체 10곳 중 1곳꼴로 보편적 재난지원금 지급을 결정한 셈이다. 이 밖에도 지급 여부를 저울질하는 곳도 많아 앞으로 곳간을 여는 지자체가 더 늘 것으로 전망된다.
한 지역이 지급하면 인근 지역까지 들썩이는 ‘도미노 현상’도 나타난다. 전남 지역은 재정자립도(23.25%)가 전국에서 가장 낮다. 하지만 22개 시군 가운데 절반이 넘는 12곳에서 보편적 재난지원금을 주기로 결정했다. 고흥군 구례군 해남군 강진군 등 재정자립도가 10%를 밑도는 지역들도 포함됐다.
경남에서도 고성군, 산청군, 창녕군, 함양군 등 4곳도 이미 보편 지원을 결정했다. 창녕군 관계자는 “지원 여부를 검토 중인 인근 지자체가 더 있어서 계속 늘어날 것 같다”고 했다. 재정 형편이 넉넉한 경기도와 울산시가 1인당 또는 가구당 10만 원씩 지급하면서 다른 시도도 고민이 깊어졌다. 강원도 관계자는 “경기도처럼 지원금을 1인당 주면 좋겠지만 우린 재정이 부족하니까 1인당이 아닌 가구당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털어놨다.
○ 지자체들, 보편적 재난지원금 압박 시달려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선별 지원에 나선 지자체들은 “전원 지원”을 요구하는 주민들과 지방 의회의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서울시는 2일 소상공인과 무급 휴직자 등을 돕는 선별 지원책을 내놨다. 하지만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은 7일 “보편 재난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나섰다. 충남도 역시 3일 일부 지원책을 내놨지만 지역 청년회가 “보편 지원하라”는 성명을 내자 부담감에 시달리고 있다.
지원금을 주지 못하는 지자체들도 좌불안석이다. 강원 지역의 한 기초지자체 관계자는 “남은 예비비도 별로 없는데 혹시 중앙정부가 지난해처럼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주게 되면 지방도 일정 비율을 부담하라고 할까 봐 불안하다”고 했다. 최형식 전남 담양군수는 1일 “보편 지급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재정 여건이 여의치 않아 초기에 지급할 수 없어 송구스럽다”는 입장문까지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표심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지자체들의 과도한 선심성 경쟁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자체들이 재원을 이렇게 써버리면 다른 사업비나 기금을 줄여야 해 더 위급할 때 재정을 투입하기 어렵다. 육동일 충남대 자치행정학과 교수(전 한국지방자치학회장)는 “사업비를 줄이다 보면 결국 미래를 위한 투자 사업이나 사회간접자본(SOC) 비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며 “미래 생산성과 경쟁력을 갉아먹어 장기적으로 주민들의 부담을 더 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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