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이 아니라고 믿고 싶지만 워낙 소설 같은 기사도 사실로 밝혀지는 때라 무척 혼란스럽습니다.”
8일 판사들의 전용 인터넷 비공개 익명 게시판에는 김명수 대법원장을 비판하는 이 같은 글이 게시됐다. 최근 단행한 고위 법관 인사를 앞두고 법원장 승진이 유력했던 A 고등법원 부장판사에게 법원행정처가 “김 대법원장이 부담스러워하신다”며 사실상 사퇴를 종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자 법원 내부가 술렁이고 있다. 현직 판사들은 익명 게시판의 글에 댓글을 달며 실망감을 표시했다. 한 판사는 “책임지셔야겠습니다”라는 글을 올렸고, 또 다른 판사는 “법원장 인사 설명글 말미에 나왔던 상황의 실체인 것 같네요”라고 적었다.
앞서 김 대법원장은 지난달 28일 법원장 인사를 발표한 후 법원 내부망에 글을 올려 인사 취지를 직접 설명한 바 있다. 김 대법원장은 이 글에서 법관 인사 이원화 취지에 따라 고법 부장판사급 이상의 보직 범위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한 고법 부장판사는 “김 대법원장은 재임 중 고법 부장들을 거의 만나지 않는 등 사실상 대화상대로 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학계에서도 김 대법원장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한법학교수회는 8일 성명서를 내고 “대법원장이 법원행정처를 통해 제1순위 법원장 임용대상 판사에게 사표를 종용해 결국 사직하게 만든 사건이 발생했다”면서 “이러한 모든 행위는 헌법이 보장하는 인권을 침해한 행위이며 형법상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에 해당할 수 있는 것이라 본다”고 밝혔다. 대한법학교수회에는 법학전문대학원을 제외한 전국 139개 법과대학 2000여 명의 교수, 강사가 소속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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