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입원 환자가 노숙인보다 후순위? 백신 사각지대 ‘우려’

  • 뉴시스
  • 입력 2021년 2월 9일 10시 00분


종합·일반·재활병원 환자 우선순위 제외
수차례 집단 감염 전례에도 3분기 분류
"질병 중등도·입원 기간 등 고려" 목소리

충북 청주의 한 종합병원 호흡기내과 병동에 입원 중인 A(64)씨는 만성 폐렴 질환자다. 환절기마다 폐렴을 앓아 폐 손상이 심각한 상태다.

폐렴의 일종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도 취약할 수밖에 없다. A씨의 주치의가 가장 우려하는 것도 치료가 비교적 용이한 일반 폐렴이 아닌 코로나19다.

이런 A씨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받을 수 있는 건 빨라야 올해 3분기다. 정부가 세운 1~2분기 우선 순위에서 종합병원 환자는 빠져있기 때문이다.

뇌졸중 후유증으로 도내 한 재활병원에 1년 넘게 입원 중인 B(62·여)씨의 처지도 같다.

회복기 재활치료전문병원은 뇌졸중, 교통사고, 치매 등 중증 환자를 장기간 입원 치료하는 곳임에도 요양병원과 달리 우선접종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혼자 거동조차 할 수 없는 1급 장애인 B씨의 경우 만 65세 이상도 아니어서 2분기 접종 대상조차 아니다.

B씨 보호자는 “실질적으로 요양병원보다 더 많은 중증 환자가 입원 중인데도 코로나19 예방접종 우선순위에서 밀린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며 “누구를 비하할 의도는 없으나 중증 환자가 노숙인보다 접종 순위에서 밀리는 게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앞두고 종합병원 입원 환자 등 일부 고위험 인자가 누락돼 일선 현장에서 혼선을 빚고 있다.

이미 전국적으로 종합병원과 일반병원, 재활병원 집단 감염이 수차례 발생한 상황에서 자칫 백신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백신 접종계획에 따르면 예방접종 대상군은 그 성격에 따라 가군, 나군, 다군으로 나뉜다. 가군은 중증 및 사망 예방, 나군은 의료·방역 및 사회필수기능 유지, 다군은 지역사회(집단감염) 전파 차단에 목표를 둔다.

이를 다시 분기별로 세분화해 요양병원·요양시설 입원·입소자, 종사자를 1분기 가군 ‘최우선’ 접종 대상에 올린다.

1분기 나군은 코로나19 치료기관 종사자와 고위험 의료기관 종사자(보건의료인), 다군은 정신요양·재활시설 등 입소자·종사자로 한정한다.

종합병원과 일반병원, 재활병원 등은 1분기 나군 ‘고위험 의료기관’에 속한다. 단, 병원에서 근무하는 보건의료인에 한한다. 이들 병원의 입원 환자는 최우선 접종순위인 요양병원 환자와 다르게 분류된다.

그렇다고 2분기 접종 대상도 아니다. 정부 계획인 노인재가복지시설 이용자·종사자, 65세 이상, 일반 의료기관 및 약국 종사자, 장애인·노숙인 등 시설 입소자·종사자에 포함되지 않는다.

결국 종합병원과 일반병원, 재활병원 등의 집단 입원 환자는 3분기로 밀려 고혈압, 당뇨 같은 ‘성인만성질환자’로 취급된다. 65세를 넘지 않는 입원 환자는 질병의 중증도 여부나 입원 기간, 병실 밀집도를 불문하고 2분기 접종이 불가능하다.

충북에선 이미 종합병원 집단 감염 사례가 수차례 나온 전례가 있다. 제천의 2개 종합병원과 괴산의 종합병원 입원 환자 다수가 코로나19에 감염됐다. 청주의 한 일반병원 입원실에서도 광화문집회 참가 사실을 숨긴 환자를 연결고리로 n차 감염 사례가 발생했다.

재활병원도 마찬가지다. 경기도 의정부와 광주의 대형 재활병원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다인실 등 밀폐된 공간 속에 입원 중인 환자를 보호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도내 한 종합병원 관계자는 “병원에서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하면 그 여파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며 “병원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입원 환자는 당연히 우선 접종대상에 포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도내 한 보건소 관계자는 “아무래도 지자체는 정부안을 따라갈 수밖에 없어 뭐라 말하기가 곤란하다”며 “충북도를 통해 일선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보건소 직원은 “종합병원 등은 단기 입원하는 경우가 많아 우선 접종에서 제외된 것 같다”며 “의료 종사자를 우선 접종하면 집단 감염에 대한 ‘방어 효과’는 생길 것”이라고 했다.

[청주=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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