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설날 직계가족도 5인 이상 모이면 방역 위반
'명절 스트레스' 호소하던 청년층·주부들은 '환영'
아쉬운 반응도…"한번도 못보네" "할머니 보고파"
안도의 한숨과 아쉬움의 한숨 교차하는 풍경
누군가에게는 스트레스, 누군가에게는 가족들을 만나는 행복한 연휴였던 설 명절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확 바뀌는 분위기다. 특히 이번 명절에는 직계 가족도 5인 이상이면 모이지 못하게 되면서 희비가 갈린다.
10일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에 따르면 오는 설 명절에 5인 이상 집합금지에 직계가족도 포함된다. 지역 이동시 대규모 확산 위험이 크다는 판단 때문이다.
우선 20대, 30대 젊은층들은 은근히 이번 조치를 반기는 분위기다.
서울에서 혼자 자취하고 있는 취업준비생 최모(25)씨는 “명절마다 모여서 친척들에게 한 마디씩 듣는 게 스트레스였는데 좋은 핑곗거리가 생겨 기쁘다”며 “연휴 동안엔 집에서 공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사회 초년생인 30대 A씨는 “취업을 하고 나니 이제는 언제 결혼하냐고 묻는 질문이 이어졌었다”며 “부모님도 뵙지 못하는 건 아쉽지만 여자친구와 단 둘이 호캉스나 조용히 다녀올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명절 지나면 이혼율이 높아진다’는 우스갯소리가 괜히 있는 게 아니듯 식사대접이나 시댁 눈치에 압박을 받던 일부 주부들 사이에서도 내심 반가운 목소리가 나온다.
경기에 사는 주부 김모(56)씨는 “우리가 큰 집이라 거의 열댓명씩 모여 술판에 고스톱까지 벌였었다”며 “식사 준비하랴 청소하랴 정신이 없어 명절만 지나면 몸이 아팠는데 이번엔 푹 쉴 수 있어 다행”이라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한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저랑 남편, 아이 둘까지 하면 벌써 4명이라 이번 명절엔 시댁에 가지 못하게 됐다”며 “티 내진 않았지만 솔직히 발 뻗고 편하게 보낼 수 있을 것 같아 좋다”고 언급했다.
반면 오랜만에 만나는 가족 행사가 취소된 것이 아쉽다는 반응도 나온다.
50대 B씨는 “혈연들끼리 일년에 한 두번 모여 얼굴보는 자리인데 그마저도 하지 못하게 되니 아쉽다”며 “코로나19가 빨리 종식돼서 가족들끼리 마스크 없이 웃으며 대화할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고 했다.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30대 박모씨는 “다른 건 괜찮은데 외할머니를 뵐 수 없어 좀 아쉽다”며 “연세가 많으셔서 앞으로 뵐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남았는지 몰라 다음에 혼자라도 찾아뵐 예정”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5인 이상 집합금지로 인해 가족들이 모일 수는 없게 됐지만 가족간의 정은 더 끈끈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어려운 상황이니만큼 국민들이 이해하는 분위기라고 본다”며 “오히려 가족 돌봄과 선물 물량이 늘어나는 등 가족 관계가 더 강화되는 측면이 있기도 하다”고 분석했다.
김순남 가족구성원연구소 대표는 “코로나 시대에선 ‘(전파 위험으로 인해) 내 가족만 지켜서는 가족들 지킬 수 없다’는 패러다임이 대두됐다”며 “한국의 가족주의 문화가 공고한 상황에서 다른 가족관계도 지켜야 하는 상황을 배우는 과정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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