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의 거짓말과 권력 눈치 보기 행태가 드러나 사법부 전체가 ‘신뢰의 붕괴’ 위기에 처한 가운데 정작 책임을 져야 할 당사자인 김명수 대법원장은 자리보전을 위한 ‘버티기 모드’에 돌입한 모양새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사법부 수장으로서, 또 ‘법관 탄핵 거래’ 의혹을 자초한 당사자로서 김 대법원장이 현 사태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져야함에도 불구하고 ‘시간 끌기’로 법원 안팎의 사퇴 요구를 뭉개고 있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최근 며칠간 출근길에 기자들 질문에 침묵한 김 대법원장은 설 연휴 하루 전인 10일에는 하루 연가를 내고 출근을 하지 않았다. 김 대법원장은 4일 녹취록 공개로 거짓말을 한 것이 드러나자 “9개월 전 불분명한 기억에 의존해 (사실과) 다르게 답변한 것에 송구하다”고 사과한 이후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입장을 밝힌 게 있다면 5일 대법원으로 항의방문을 간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사퇴할 생각이 없다”고 사퇴 거부 의사를 전한 것이 유일했다.
김 대법원장은 지난해 5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연루된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의 사표를 반려하면서 “(여당에서) 탄핵하자고 저렇게 설치고 있는데 내가 사표 수리했다 하면 국회에서 무슨 소리를 듣겠냐 말이야”라며 “탄핵이라는 얘기를 꺼내지도 못하게 오늘 그냥 (사표를) 수리해버리면 탄핵 얘기를 못 하잖아”라고 말해 정치적 중립 의무와 사법부 수호 의지를 스스로 내팽개쳤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그의 ‘권력 바라기’ 행태와 거짓말이 드러나자 법조계에서는 김 대법원장이 법관이라는 자리가 가진 신성함에 대한 인식이 현저히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상징적으로 법정에서 검사와 변호사가 판사를 부를 때 “존경하는 재판장님”이라고 부르고, 미국 법정에서는 말끝마다 “유어 아너(Your Honor)”라고 존경심을 표시하는 것은 그만큼 최후의 공적 심판관으로서의 법관의 소명을 무겁게 보기 때문이다.
원래 인간에 대한 심판은 신(神)만이 할 수 있는 일이어서 인간이 인간의 죄를 정확히 심판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사회에서 법관을 존경하고, 법관들도 엄격한 자기절제를 요구받는 것도 법관의 소명 자체가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어려운 일로 인식되기 때문일 것이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하물며 법관직도 높은 도덕성을 요구받고 있는데 ‘신뢰의 보루’라 할 수 있는 사법부를 대표하는 대법원장이야말로 더 말해서 무엇 하겠는가”라며 “고도의 가치 기준을 적용받는 사법부 수장은 처신에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 자기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사퇴 요구에 직면한 김 대법원장이 파문이 가라앉기만을 기다리며 여론의 눈치를 보는 것이야말로 사법부를 더 망가뜨리는 비굴한 행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나라의 큰 어른’과도 같은 대법원장의 권위는 온 데 간 데 없고, 시간이 흘러 사퇴 위기만 모면하면 된다는 얄팍한 술수가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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