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간 일찍 출근, 성실한줄 알았는데”…화장실 몰카 공무원 집유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2월 10일 13시 47분


“남들보다 두 시간 먼저 출근하는 모습을 보며 누구보다 성실하고 일을 찾아서 하는 공무원이라고 생각했는데…”

구청 여자화장실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한 뒤 수 십 차례에 걸쳐 여성들의 용변 보는 모습을 촬영한 혐의로 구속됐던 구청 9급 공무원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났다.

대전지법 형사항소1부(윤성묵 부장판사)는 10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전 대전 대덕구청 9급 공무원 A 씨(30)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또 40시간의 성폭행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3년 간 아동·청소년 및 장애인 관련 기관 취업 제한도 명령했다.

A 씨는 지난해 6~7월 대덕구청 1층 여자화장실 화장지 케이스에 소형 카메라를 설치한 뒤 22차례에 걸쳐 여성 신체를 몰래 촬영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사건 이후 A 씨는 파면됐다.

지난해 11월 열린 1심에서 A 씨는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초범인 피고인이 잘못을 인정하고 있고 촬영물이 유포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일부 피해자와 합의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원심 형량이 다소 무겁다”고 했다.

A 씨는 대덕구청 공무원으로 일하던 지난해 6월 24일부터 7월 20일까지 구청 여자화장실에 들어가 화장지 케이스에 소형 카메라를 설치한 뒤 23차례에 걸쳐 여성들의 신체를 촬영했다.

공무원이 된지 10개월 된 A 씨는 다른 직원들보다 두 시간 정도 먼저 출근한 뒤 아무도 없는 틈을 타 여자화장실에 들어갔으며 다음 날 일찍 출근해 카메라를 수거하는 방식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7월 중순부터는 카메라를 4층 여자화장실에까지 추가로 설치했다.

동료들은 매일 일찍 출근하는 A 씨의 이런 모습에 대해 ‘부지런하고 성실하다’며 칭찬했다고 한다.

하지만 A 씨는 결국 꼬리가 잡혔다. 범행을 시작한 지 한 달여 만에 한 여성이 화장실 케이스에서 카메라를 발견한 것.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CCTV를 통해 매일 이른 아침 여자화장실로 들어가는 A 씨 모습을 확인하고 추궁 끝에 범행을 자백 받았다.

A 씨의 차 안에서는 범행에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카메라 부품도 발견됐다. A 씨는 자신의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경찰은 “A 씨가 범행 동기에 대해 ‘외로워서’라고 답했다”고 한다.

구청으로부터 파면된 A 씨는 재판과정에서 “모든 피해자분들을 찾아뵙고 무릎 꿇고 사죄하고 싶다”며 눈물을 보였다. 10일 열린 항소심에서는 피해자들과의 합의서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A 씨 변호인은 “촬영물을 유포 또는 공유하지 않았고, 영리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징역 4년을 구형했었다.

이 사건 직후 충청권의 유일의 여성구청장인 박정현 대덕구청장은 사과문까지 발표하고, 구청 화장실 복도에 CCTV를 추가 설치하고 화장지 케이스를 투명으로 교체하는 등 재발방지책에 나섰다. 또 모든 소속 공무원들에 대한 성인지교육도 강화하고 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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