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김명수 대법원장이 단행한 1, 2심 법원의 주요 재판부 인사를 두고 한 고위 법관은 10일 이렇게 말했다.
‘인사유감’이란 칼럼은 1985년 9월 당시 서태영 서울민사지법 판사가 법률신문에 기고한 글이다. 서 판사는 ‘인사유감’을 통해 “문책 인사의 원인이 된 사실이 법관의 소신에 기인한 재판이라고 할 때는 그런 인사는 사법부의 자상(自傷) 행위”라고 썼다. 당시 인천지법 판사였던 박시환 전 대법관이 불법 시위 혐의로 즉심에 넘겨진 대학생들에게 무죄를 선고하자 유태흥 대법원장이 같은 해 9월 법관 정기인사에서 박 전 대법관을 춘천지법 영월지원으로 보낸 것을 비판한 것이다. 이 글을 기고한 후 서 판사는 인사 발령이 난 지 하루 만에 부산지법 울산지원으로 좌천됐다.
‘인사유감’ 칼럼을 언급한 고위 법관은 “유 전 대법원장과 김 대법원장이 상이한 상황 속에서도 법관 인사를 두고 판사를 대하는 모습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한 법원장급 판사는 “30여년의 시간이 지났는데 불우한 사법 역사가 반복되고 있다는 불안한 마음을 숨길 수가 없다”고 했다.
인사를 실명으로 비판했다가 받게 될 인사상 불이익을 우려하는 법원 내부 분위기와도 일맥상통한다는 지적도 법원 내부에서 나온다. 서울 소재 법원의 평판사는 “이번 1, 2심 법관 인사에서 무언가 이상하다는 의심을 자꾸 갖게 된다”며 “하지만 섣불리 실명으로 공개 비판을 하는 것은 쉬쉬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 지역의 한 판사는 “동기 판사들과도 침묵하지만 불쑥 누군가 말을 시작하면 함께 이야기한다. 실명이 드러나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분위기가 판사들 사이에 가득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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