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살 조카에게 ‘물고문’과 매질 등 학대를 가해 사망에 이르게 한 이모 부부가 10일 구속 수감됐다. 경찰은 이들이 지난해 11월부터 조카 A 양을 맡아 키우며 지속적인 학대를 가했는지 추가로 수사하는 한편 살인죄 적용도 검토하고 있다.
수원지법 이명철 영장전담 판사는 10일 아동학대치사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모 B 씨 부부에 대해 영장을 발부했다. 이 판사는 “자신이 보호하고 있던 나이 어린 조카를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학대하는 과정에서 사망에 이르게 한 범행으로 그 결과가 참혹하다”며 “증거 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A 양 유족 진술 등을 통해 B 씨 부부가 지속적으로 A 양을 학대했는지 수사하고 있다. B 씨 부부는 경찰 조사에서 “사망 이틀 전부터 아이가 소변을 제대로 가리지 못해 훈육했다”고 진술했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31일 A 양의 친오빠(13)가 B 씨 부부가 사는 경기 용인시의 아파트에 방문했을 때 “(A 양이) 눈병에 걸려 못 만난다”며 남매를 만나지 못하게 했다고 한다. 당시 친오빠는 집에서 A 양을 향해 큰 소리로 이름을 불러봤지만 아무런 대답도 들을 수 없었다. 유족 측은 “이미 지난달 말부터 학대를 당해왔던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경찰은 이 같은 진술을 토대로 A 양이 실제 안과 진료를 받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건강보험공단에 의료기록을 요청했다.
수개월 전부터 정서적 학대가 이어져 왔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지난해 12월경 A 양 친오빠가 A 양을 만나러 갔을 땐 B 씨 부부의 12세, 7세 자녀들이 A 양을 둘러싸고 따돌리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한다. 유족은 “아이들이 A 양을 따돌리는 상황이 벌어졌는데도 말리는 어른이 한 명도 없었다”며 “보다 못해 친오빠가 나서서 ‘내 동생한테 왜 그러냐’며 아이들을 말렸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부모와 일시 분리돼 시설에 들어가 있는 B 씨 부부 자녀에 대한 조사도 추가로 진행할 방침이다.
A 양 친부모는 수년 전 이혼한 뒤 A 양은 친모가, 친오빠는 친부가 양육해 왔다. 이혼 직후 생계가 여의치 않았던 친모가 친정 식구 집을 전전하며 A 양을 키우다가 지난해 11월부터 둘째 이모인 B 씨 부부가 아이를 맡아왔다.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긴급 체포된 B 씨는 10일 수원지법에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경기 용인동부경찰서를 나오며 ‘피해 아동에게 미안하지 않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표정 변화 없이 “미안하다”고 답했다. 같은 혐의로 긴급 체포된 이모부 C 씨는 ‘조카를 왜 숨지게 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죄송하다”고 짧게 대답했다.
A 양은 9일 오후 이모 부부의 집 화장실 욕조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당시 A 양의 이모는 “아이가 숨을 안 쉰다”고 119에 신고했다. B 씨 부부는 처음에 “제가 때려서 물에 빠뜨린 것 같다”고 말했다가 119상황실에서 재차 상황을 묻자, “물에 빠졌다” “욕조에서 좀”이라고 말을 흐린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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