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만 두고 카톡방 탈퇴해?”…머리채 소송전 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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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2월 11일 20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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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2월20일 오후. 성남시 중원구의 한 골목길에서 30대 여성 B씨가 같은 어린이집 학부모 A씨(여)의 어깨를 흔들고 머리채를 잡아채며 때리기 시작했다. A씨가 안고 있던 아이도 밀쳤다.

A씨는 B씨의 공격으로 아이까지 다칠 위험에 처하자 한 손으로 아이를 잡고 나머지 한 손으로 B씨의 머리채를 잡고 손톱으로 찍으며 대응했다.

이 싸움으로 A씨는 얼굴에 큰 상처를 입었다. 그런데 B씨는 A씨가 자신을 먼저 팔꿈치로 쳤다며 A씨를 상해 혐의로 고소했다.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왜 나만 두고 카톡방 탈퇴해?”

싸움의 발단은 같은 어린이집 학부모 A씨와 다른 학부모들이 B씨만 두고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을 탈퇴한 데서 시작됐다. B씨가 A씨에 따지는 과정에서 몸싸움이 발생했는데, ‘누가 먼저 공격했는지’를 두고 대법원까지 가는 소송전이 벌어졌다.

B씨의 주장: “기분이 나쁜 상태에서 A씨와 집이 같은 방향이라 나란히 걸어갔다. 골목길 초입에서 자신만 두고 카카오톡 대화방을 나간 이유를 묻기 위해 이야기를 하자고 했는데, A씨가 팔꿈치로 자신을 밀치고 먼저 올라갔다. 그러던 중 A씨가 골목길 중간 지점에서 ‘나잇값 좀 하라’는 말을 했고, 이에 싸움이 시작됐다.”

A씨의 주장: “B씨가 나와 아이를 먼저 밀었다. 골목길에서 나에게 왜 다른 학부모들을 주동해 카카오톡 대화방을 나갔는지 따지기 시작했다. 나는 아이를 힙시트에 안고 오느라 지친 상태에서 ‘아니다’고 대답한 뒤 계속 골목길을 올라왔는데 B씨가 나와 아이를 밀었다.”

두 사람의 엇갈린 주장에 1, 2심의 판단도 달랐다. 1심은 A씨에 유죄를, 2심은 무죄를 선고했다.

◇1심의 판단

1심은 A씨의 유죄를 인정하며 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 A씨의 행동이 불가피하고 소극적인 방어의 수준에만 그쳤거나 정당방위 또는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1심은 A씨가 사건발생 당일 최초 진술에선 ‘B씨가 공격할 때 이에 대항해 B씨의 머리채를 잡고 흔든 사실이 있다’고 했는데, 이후 경찰 조사에서 ‘머리채를 잡지 못했다’고 진술을 바꾸자 “A씨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A씨의 진술이 변동된 경위를 선뜻 납득할 수 없고 A씨의 최초 진술이 허위라 볼 만한 사정도 없으며, A씨가 B씨에게 일방적인 폭행을 당하기만 하고 머리채를 잡으려던 시도가 실패했다고 주장한 점을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2심의 판단

그러나 2심은 “A씨가 B씨의 몸을 쳐서 폭행하거나 폭행에 고의가 있었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A씨에 무죄를 선고했다.

2심은 B씨의 진술이 경찰과 검찰에서 각각 달랐다는 점을 근거로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또 “B씨가 A씨로부터 팔꿈치로 가슴을 맞고도 별다른 항의나 말없이 골목길 중간까지 같이 올라갔다는 걸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다만 A씨가 B씨의 머리채를 잡아당기며 유형력을 행사한 건 맞다고 했다. 그러나 골목길 중간 지점에서 B씨가 A씨를 먼저 공격한 사실이 명백한 상황에서 아이를 안고 있는 A씨가 소극적 저항을 넘어선 적극적인 공격행위를 한 것은 아니라 봤다.

대법원도 2심의 판단이 맞다 보고 A씨의 무죄를 확정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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