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건은 구조 상황에 마음 졸였던 많은 국민들에게 큰 상처를 준 사건이다. 재판부의 판단에 대해 여러 평가가 내려지겠지만 비판이 있더라도 감수하겠다.”
15일 법원은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구조 의무를 소홀히 해 승객 303명이 숨지고 142명이 다치게 한 혐의(업무상과실치사상)로 기소된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등 해경 지휘부 10명에게 무죄를 선고하며 이 같이 밝혔다. 1심 재판부는 “세월호 구조 현장의 역량 부족은 해경 조직 전체의 문제이고, 조직의 상급자로서 (피고인들의) 관리 책임을 질책할 수는 있다”면서도 업무상 과실로 형사책임을 묻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양철한)는 세월호 침몰 현장으로 출동했던 해경 구조대가 즉각적인 퇴선 유도와 선체 진입 등을 시도하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는 점을 인정했지만 김 전 청장 등 지휘부가 당시 상황을 충분히 인지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우선 현장에 투입됐던 목포해경 소속 123정과 헬기에 영상송출시스템이 장착돼 있지 않아 지휘부가 현장 상황을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당시 김경일 123정장이 “승객들의 퇴선을 유도하겠다”고 보고하고도 조치를 취하지 않아 지휘부로서는 상황을 오인했을 가능성이 있었다는 점도 고려됐다.
재판부는 또 “이준석 선장 등 세월호 선원들이 구조 의무를 저버리고 탈출한 상황, 승객들이 선내에서 기다리고만 있던 상황을 예상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세월호의 침몰 속도가 이례적으로 빨랐다는 점도 지적됐다. 재판부는 “세월호가 과도한 선적 등 선체 내부 문제로 더 빨리 침수할 수 있는 특징까지 피고인들이 파악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라며 “현장에서 ‘선체가 45도로 기울었다’는 보고를 받은 후 10여 분만에 선내 진입을 통한 구조 가능성이 사라질 것이라고 판단하기도 어려웠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사고 직후 “퇴선유도 조치를 지시했다”는 보고서를 허위 작성하도록 한 혐의(직권남용 등)로 김문홍 전 목포해경 서장과 이재두 전 3009함 함장에 대해 각각 징역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 징역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세월호 구조 실패로 형사처벌을 받은 해경 관계자는 123정장이었던 김경일 전 경위가 2015년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을 확정받은 게 유일하다. 이날 판결로 총경과 경정급 간부에겐 허위 보고서 작성으로 징역형의 집행유예 판결이 내려지는데 그치고, 경무관 이상 고위 간부들은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게 됐다.
이날 법정에 있던 세월호 유가족들은 재판부의 무죄 취지 설명이 계속되자 “말이 됩니까” “제대로 판결한 것 맞냐”며 반발했다. 유경근 4·16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선고 직후 “2014년 이전으로 우리 사회를 회귀시키는 판결”이라며 비판했다. 유족들은 “수사 결과가 미흡하면 대통령께서 나서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느냐”며 “엉터리 수사와 재판이 공공연하게 자행되고 있는데 무엇으로 진상규명 책임을 지겠다고 약속을 하신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도 “1심 결과를 납득하기 어렵다”며 항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법원은 2018년 7월 세월호 참사 당시 국가가 초동대응과 구조 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해 피해를 키웠다며 민사상 책임을 인정해 국가와 청해진해운이 희생자 1명당 위자료 2억 원씩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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