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지웅 “군대서 구타로 기절할 뻔…‘갇힌 세계’는 폭력에 굴복시킨다”

  • 뉴스1
  • 입력 2021년 2월 16일 14시 31분


작가 허지웅 인스타그램 갈무리 © 뉴스1
작가 허지웅 인스타그램 갈무리 © 뉴스1
작가 겸 방송인 허지웅이 최근 ‘배구계 사태’를 비롯해 사회적 임계치에 도달해버린 일련의 폭력사태들에 대해 쓴소리를 내뱉었다.

허지웅은 16일 자신의 SNS에 “살면서 딱 한번 기절할 뻔한 적이 있었다. 군대에서였다. 작은 골방에서 화가 잔뜩 난 부사관에게 일방적으로 구타와 폭언을 듣고 있었다”며 쓰라렸던 경험을 고백했다.

그는 이어 “내가 아무리 논리적으로 해명을 해봤자 이 사람이 절대 납득할 리 없다는 걸 깨닫는 순간, 머리가 멍해지면서 갑자기 구토가 밀려오고 손발을 마음대로 쓸 수도 없고 휘청거리기 시작했다”며 “당시에는 쇼하지 말라는 부사관 말이 또 한번 분해서 혀를 깨물어가며 간신히 정신을 차리긴 했다”고 털어놨다.

허지웅은 그 순간 느낀 절망에 대해서도 말했다. 그는 “떠올려보면 나를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다고 믿는 사람 앞에 던져진 내가, 적어도 이 갇힌 세계 안에선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이 아무 것도 없다 것을 느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면서 허지웅은 “꼭 군대만이 아니다. 살면서 우리는 갇힌 세계를 자주 목격하거나 경험하게 된다. 가정이 내가 아는 세상의 전부인 자녀가, 학교가 전부인 학생이, 직장이 전부인 직장인이 혹은 운동이 세상의 전부인 선수가, 밖에서 보면 믿을 수 없을 만큼 작은 권력을 가지고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구는 자들의 알량한 폭력에 쉽게 굴복하고 절망하는 이유는 그곳이 갇힌 세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갇힌 세계에서는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도무지 갖기 어렵기 때문”이라며 당면한 사태들에 대해 신랄하게 말했다.

더불어 그는 “오늘 아침, 병사들에게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게 허용한 이후 탈영과 자살이 급격하게 줄었다는 통계를 보며 많은 생각을 했다”며 “지금 고통을 겪고 있는 거기가 세상의 전부가 아니며 반드시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허락하는 것. 누군가는 성공을 하고 또 누군가는 실패를 하겠지만 적어도 누구도 고립되게 하지 않는 것. 그런 것이 가정폭력, 학교폭력, 직장 내 따돌림에 대처하는 첫걸음이 아닐까”라면서 폭력이 만연한 현 세태 속 이를 대해야할 자세와 함께 사회적 책임감에 대한 생각도 전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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