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법원 “대법원 앞 김명수 대법원장 규탄 집회 허용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2월 16일 16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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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오전 대법원 청사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고 있는 김명수 대법원장.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지난 8일 오전 대법원 청사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고 있는 김명수 대법원장.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서울행정법원이 대법원 앞에서 김명수 대법원장 규탄 집회를 열겠다는 시민단체의 신청을 허용하라고 16일 결정했다. 앞서 경찰은 “법원 앞 100m 이내에서 집회를 열 경우 법관의 직무상 독립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금지했지만 법원이 이 처분을 뒤집은 것이다.

●‘법원 앞 집회 금지’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첫 사례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청사.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청사.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판사 박형순)는 이날 자유연대 관계자인 김모 씨가 “서울서초경찰서의 대법원 앞 집회 금지 처분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에 대해 일부 인용 결정을 내렸다.

자유연대 등은 4일 서초경찰서에 ‘대법원장 정치중립 위반, 거짓말 규탄 집회 및 근조 화환 전시’ 집회를 약 한 달간 열겠다고 신청했다. 이날은 김 대법원장이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의 사표를 반려하면서 “국회의 탄핵 추진 가능성을 언급한 적이 없다”고 했던 해명이 거짓으로 드러났던 당일이다.

서초경찰서는 자유연대 측의 집회 신청에 대해 금지통고를 하면서 법원 앞 100m 이내에서의 집회를 제한하는 집회시위법 규정을 들었다. 집회 장소인 대법원 정문 좌우측 인도는 ‘각급 법원 100m 이내의 장소’에 해당해 대법원장 규탄 집회를 개최할 경우 법관의 직무상 독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유를 든 것이다.

하지만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개정된 집회시위법에 법관의 독립을 위협하거나 재판에 영향을 미칠 염려가 없는 집회인 경우 법원 앞 집회를 예외적으로 허용한다는 조항이 근거가 됐다. 헌법재판소가 2018년 7월 ‘법원 앞 100m 내 집회’를 금지한 옛 집회시위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림에 따라 집회시위법은 지난해 6월 개정됐다.

법원 앞 100m 집회를 허용하는 법원의 결정은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장 고발 건은 고려하지 않아”


재판부는 최근 국민의힘과 시민단체 등이 김 대법원장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고발한 사실은 집회의 허용 여부를 판단하는 데 고려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집회의 배경이 된 일련의 사건을 고려해도 마찬가지”라며 “사회 일부로부터 (대법원장에 대한) 고발이 있다고 해도 이 집회가 법관의 구체적인 재판 활동을 대상으로 한 집회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의 기능이나 안녕을 침해할 명백한 우려가 없는 집회까지 원천적으로 금지한다면 신청인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자유연대가 16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대법원 좌우측 인도 20m에서의 집회를 열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도 참가자 9명 이내 제한, 방역 수칙 준수 등 10가지 조건을 달았다.

박상준 기자 speak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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