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학대로 숨진 16개월 입양아 ‘정인이’의 양부모 측이 “지속된 학대 충격이 누적돼 정인이 장기가 파열돼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살인보다는 형이 가벼운 아동학대 치사로 가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견해가 나온다.
정인이 양모의 변호를 맡고 있는 A 변호사는 “15일 재판부에 ‘학대 충격이 누적돼 장기 파열 등으로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렀을 가능성’을 담은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16일 밝혔다. 변호사는 “이 경우 아동학대 치사죄는 인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입장은 지난달 첫 번째 공판과는 다소 달라진 모습이다. 당시 양모 측은 “아동학대 치사도 인정하지 않는데 어떻게 살인을 인정하겠느냐”고 주장했다. A 변호사는 “아동학대 치사를 인정하려면 법적으로 고의는 아니더라도 ‘사망 예견 가능성’이 있어야 하는데 피고인이 아직 그걸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피고인을 설득해 진상을 파악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지속된 충격 누적으로 인한 사망 가능성을 제시한 건 향후를 염두에 둔 수순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 판례를 보면 지속적이고 상습적인 폭행으로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렀다면 살인이 아닌 상해치사나 폭행치사를 적용한 경우가 많았다”며 “검찰이 살인 혐의 공소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후 재판에서 전문가 증언 등을 통해 피해자의 구체적인 사망 경위를 정확히 입증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검찰에 재감정 의견서를 냈던 이정빈 가천대 석좌교수와 법의학자 A 교수는 “아무리 충격이 누적됐다고 해도, 췌장이 끊어질 정도의 충격이라면 일반적인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16개월 아기가 죽을 수 있다는 인식을 가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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