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사망전날 눈뜨고 숨만 쉬어”…담임교사 증언

  • 뉴시스
  • 입력 2021년 2월 17일 11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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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이 학대해 사망하게 한 혐의 입양부모 재판
어린이집 담임교사 "정인이, 입양모 사이 거리감"
"정인이를 안아주거나 다독여주는 모습이 없어"
원장 "두달 만에 재등원…모든 것을 포기한 모습"

입양부모의 학대 끝에 숨진 것으로 조사된 16개월 ‘정인이’가 처음 어린이집에 온 직후부터 몸 곳곳에서 멍과 상처가 발견됐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정인이가 다닌 어린이집 담임교사와 원장은 장씨가 정인이의 상처에 무관심했고, 정인이가 어린이집에 등원하지 않은 2개월 사이 기아처럼 말랐다고 밝혔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신혁재)는 17일 오전부터 정인이 입양모 장모씨의 살인 및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치사) 등 혐의, 입양부의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등) 혐의 2~4차 공판을 진행했다.

정인이 어린이집 담임교사 A씨는 이날 증인으로 출석해 “낯선 환경에서 아이들은 주로 울면서 엄마에게 안아달라고 한다. 장씨는 정인이를 안아주거나 다독여주는 모습을 거의 볼 수 없었다. 그래서 거리감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어린이집에 입학한 후 적응기간을 갖으며 부모와 면담을 하는데, 당시 장씨와 정인이 사이에서 거리감이 느껴졌다는 것이다.

장씨가 같은 어린이집에 다닌 것으로 알려진 첫째와 달리 정인이에게 세밀하게 관심을 주지 않았다는 취지의 진술도 나왔다.

“장씨가 정인이의 상처에 대해 걱정하는 모습을 보인 사실이 있느냐”는 검찰 질문에 A씨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첫째 아이 양육하는 걸 보고, 둘째 아이(정인이)를 양육하는 걸 동시에 봤을 때 다르다고 느꼈다”며 “관심이 적다는 것을 느꼈고, 세밀하게 살피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정인이가 또래 원생에 비해 유난히 멍이 많았고, 놀이 중에 발생할 것 같지 않은 부위에도 멍이 있었다는 증언도 있었다.

A씨와 어린이집 원장 B씨 모두 약 10년 이상 어린이집 교사로 근무한 경험이 있는데, 한 목소리로 아이가 정인이와 같은 멍이 든 모습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지난해 5월 어린이집은 정인이에게 학대가 있는 것으로 의심하고 아동보호전문기관(아보전)에 신고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 A씨는 “양쪽 허벅지 같은 위치에 멍이 들었다”며 “배에는 손톱만한 멍이 6개 정도가 있었다. 그걸 보고 원장 선생님한테 알려드렸다”고 전했다.

B씨도 “담임이 불러서 갔더니 다리에 멍이 들어 왔다. 배에는 상처가 나서 왔고, 항상 얼굴이나 윗부분 상처가 생겼다가 아랫부분 멍이 들어 많이 놀랐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후 정인이는 7월~9월 사이 약 2개월 동안 어린이집에 등원하지 않았다고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가정보육을 한다거나, 열이 난다는 등의 이유를 든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첫째 아이는 휴가기간 등을 제외하고는 어린이집에 등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씨가 입양가족에 대한 편견으로 아동학대 신고가 됐고, 정인이를 외부에 노출하기 싫다고 말했다고 B씨가 진술하기도 했다.

정인이는 지난해 9월 어린이집에 다시 등원했는데 이때 정인이는 마치 기아처럼 말랐다는 증언이 나왔다.

B씨는 “너무나 많이 야위었고, 안았을 때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았다”며 “겨드랑이 살을 만져봤는데 쭉 가죽이 늘어나듯이 겨드랑이 살이 늘어났다. 살이 채워졌던 부분이 다 (빠졌다)”고 말하며 오열했다.

A씨도 “아이의 모습이 두달 전에 봤을 때보다 달라서 혹시 어디 안 좋은가 확인하려고 열 체크를 했다”며 “뭘 하려는 의지가 전혀 없고 지방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 게 하나도 없었다”고 전했다.

A씨는 장씨가 “왜 이런 상태인지는 나중에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B씨는 같은 날 정인이를 데리고 인근 소아과에 방문했다. B씨는 병원에 데려간 이유에 대해 “어린이집에서 안전하게 지낼 수 있는지 궁금했다. 아이가 너무나도 말라있었고,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 다리를 이렇게 떠는 아이는 처음봤다. 너무 무서워서 병원에 데리고 갔다”고 전했다.

병원 소아과 의사는 정인이 입 안 상처와 체중 감소를 이유로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해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장씨는 정인이를 병원에 데려갔다는 이유로 어린이집에 항의했다고 한다.

지난해 10월12일 정인이는 어린이집에 마지막으로 등원했다. A씨는 “아이를 혼자 두면 안될 것 같아서 계속 안고 있었다”며 “행동도 없었고, 뭘 하려고 하는 의지가 없었고 만지려고도 하지 않았고 눈만 뜨고 숨만 쉬고 있었다”고 했다.

B씨는 “손과 발이 너무 차가웠다”며 “그날 모습은 모든 걸 다 포기한 모습이었다”고 했다. 머리에는 빨간 멍이 든 상처가 있었고, 몸은 말랐지만 배만 볼록하게 나왔다고 한다.

정인이는 다음 날인 같은달 13일 장씨의 학대 끝에 사망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장씨는 정인이의 상처에 대해 A씨, B씨 등의 질문할 때마다 예민한 반응을 보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자리를 뜨거나, 대화 자체를 거부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장씨는 당초 아동학대치사 혐의로만 기소됐지만, 지난달 13일 열린 첫 공판에서 살인죄 혐의가 추가됐다. 검찰이 주위적 공소사실(주된 범죄사실)로 살인 혐의, 예비적 공소사실로는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적용하는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고, 재판부도 현장에서 이를 허가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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