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육종을 앓다가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고(故) 노진규 쇼트트랙 선수가 몸이 아픈데도 불구하고 제대로 치료를 하지 못한 채 당시 코치진에 의해 대회에 출전했다고 국가인권위원회가 판단했다. 노 선수는 대회 출전으로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병세가 악화, 결국 목숨을 잃었다. 노진규는 스피드스케이팅 선수 노선영의 동생이기도 하다.
인권위는 노 선수의 유가족이 전명규 전 한국체육대 교수 등 당시 코치진을 상대로 제기한 진정은 각하하면서 문화체육부 장관과 대한체육회장, 대한빙상경기연맹회장, 한국체대 총장에게 재발 방지를 위해 제도를 보완하라는 내용의 결정문을 보냈다고 17일 밝혔다.
노 선수는 2013년 9월 경기에서 좌측 어깨를 다쳐 귀국한 후 같은 달 30일 골육종 혹은 거대세포증 의심 소견을 받았지만 월드컵과 동계유니버시아드에 참가하느라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했다.
전 전 교수 등은 노 선수가 스스로 결정해 월드컵과 유니버시아드에 참가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두 대회 출전이 온전히 노 선수의 의지였다고 보기 어려우며 전 전 교수가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 또 당시 코치 A씨도 노 선수의 무리한 대회 출전에 상당히 관여했던 것으로 보았다.
인권위는 노 선수가 두 대회에 참가하기 전 외부 병원에서 이미 정밀 진단을 받아보라고 한 점, 노 선수의 일기장에 어깨가 아프다며 지속적으로 고통을 호소한 대목 등을 언급했다.
또 노 선수는 2013년 4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소치동계올림픽 개인전 출전 자격을 얻지 못했기 때문에 무리할 이유가 없는 상황이라고도 덧붙였다.
노 선수는 2014년 소치올림픽을 앞두고 같은 해 1월22일 골육종 진단을 받았다. 어깨뼈 절제 수술을 했으나 그해 5월11일 폐로 종양이 전이돼 2016년 4월3일 2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유족들은 2018년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전 전 교수의 권유로 수술을 미뤘다가 병세가 악화했다고 증언해 당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들은 2019년 전 전 교수 등을 상대로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다만 진정 자체는 각하됐다. 인권위는 진정의 원인이 된 사실들이 대체로 공소시효가 지났으며 코치진이 대회 출전 결정에 어느 정도 영향력은 미쳤다고 보이지만 형사상 강요에 이른다고 판단되지 않았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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