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인서 일반인으로 대상 확산
익명 폭로에 가해자 특정 않기도
“처벌보다 사회적 성찰 요구 무게”
“일부 악의적 폭로 우려” 지적도
프로배구 선수들에 대한 폭로로 다시 불이 붙으며 일반인으로까지 번진 ‘학폭(학교폭력) 미투’가 날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주요 폭로 창구로 활용되는 인터넷 커뮤니티들에는 어린이집 교사와 변호사, 지상파방송 기자 등에게 학폭을 당했다는 폭로가 이어졌다.
17일 한 커뮤니티에는 “10여 년 전 저를 괴롭히고 성희롱했던 가해자가 지금 한 기업의 사내 어린이집 교사로 일하고 있다”는 글이 올라왔다. 같은 날 또 다른 커뮤니티에는 “20년 전 나를 폭행하고 돈을 빼앗았던 가해자가 한 지상파방송 취재기자로 근무한다”는 폭로가 나왔다. 전날에는 “중학교 때 날 때리고 괴롭혔던 ○○○가 현직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며 실명을 거론한 글도 게재됐다.
이러한 학폭 미투는 익명으로 글을 올리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대부분 이뤄진다. 전문가들은 “이미 오랜 시간이 지난 과거의 일이다 보니 객관적인 증거를 제시하기 어렵고, 폭로한 자신의 신상이 노출돼 2차 가해를 당할까 봐 두려웠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초등학교 때 학폭 피해를 당한 경험이 있는 함모 씨(19)도 “괜한 폭로로 사람들이 오히려 날 싫어하게 되면 어떡할까라는 두려움도 있어 쉽게 공개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가해자가 유명 인사일 경우엔 법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부담이다.
일부 폭로는 피해자 자신은 물론 가해자 역시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는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런 경우는 피해자들이 함께 연대해 학폭에 대한 사회적 성찰을 요구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도 “구조적으로 폭력을 근절하려는 목적에서 피해자들이 동시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는 과거 (성범죄) 미투 운동과도 닮은 점이 있다”고 짚었다.
다만 익명에 기댄 유명 인사 등에 대한 폭로가 악의적 목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16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최근 여러 드라마에 출연하며 인기를 끌고 있는 한 배우에게 고교 시절 학폭을 당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하지만 해당 배우의 소속사가 17일 “법적 책임을 묻기 위해 경찰 수사를 외뢰했다”고 발표하자, 해당 글이 삭제된 뒤 글쓴이는 허위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상철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는 “피해자가 여전히 겪고 있을 후유증과 또 다른 피해에 대한 공포 탓에 익명 폭로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일부는 특정인에 대한 대중의 비난과 혐오를 끌어낼 목적만으로 이뤄질 위험성이 있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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