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청장, 마약 소방관 사건 사과…“적발시 직장 못다니게 배제”

"심려끼쳐 죄송…30여년 재직중 처음 겪어 놀라"
마약 투여 소방관 직위해제, 경찰에 '우울증' 진술
'정신질환 체계적 관리' 소방공무원복지법 개정 추진

신열우 소방청장이 18일 현직 소방공무원의 마약 투약 사건이 발생한 것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며 공직 기강을 바로 잡겠다는 뜻을 밝혔다.

신 청장은 이날 오후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이번 마약 사건으로 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신 청장은 “30여년 간 (재직)하면서 소방에서 마약 사건이 발생한 것은 처음이라 저도 좀 놀랐다. (내부적으론) 최근 3년간(소방관의 비위 행위를) 조사도 해봤지만 처음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사건)을 계기로 음주나 성범죄 같은 것도 문제지만 마약 연루는 철두철미하게 소방 조직에서 배제해야 할 것 같다”며 “만약 이런 사건이 발생하면 직장을 못 다니도록 배제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소방청은 전국 소방관서와 산하기관을 대상으로 공직기강 특별점검에 들어간 상태다. 신 청장은 “청 내 감사·감찰 인원이 4명 밖에 안 되는데다 시도본부의 감찰 요원이 교차점검을 하다보니 (비위 행위가) 잘 파악되지 않는 경우가 있긴 하다”면서도 “이번에 인원을 늘려 한 번 살펴볼 생각”이라고 했다.

경기도 소방재난본부는 최근 소방학교에 근무하는 소방경 A씨가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되자 직위해제 조치했으며, 향후 비위 경위를 확인해 징계 처리할 방침이다.

A씨는 경찰 조사 당시 “우울증이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해이해진 소방조직 기강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질타와 함께 고된 업무와 외상 사건 노출로 마음의 병을 앓는 소방관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소방관의 일탈이 개인적인 사유보단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아서다.

지난해 소방관 5만211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호소하는 소방관은 전체의 5.1%인 2666명, 우울증 증상을 겪는 소방관은 전체의 3.9%인 2028명에 달한다.

자살 위험군으로 분류된 소방관은 2301명(4.4%)이며, 최근 1년간 죽을 의도로 자해 행동을 시도한 적이 있다고 밝힌 경우도 53명(0.1%)이나 된다.

소방청은 현장 소방관들의 건강관리 내실화를 위해 ‘소방공무원 보건안전 및 복지 기본법’(소방공무원복지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1401억원을 들여 충북 음성군에 300병상 규모의 국립소방병원도 짓고 있다. 2024년 말 개원이 목표다. 이 곳에선재난 현장에서 신체·정신적 위험에 노출돼 부상과 트라우마를 겪는 소방관을 전문적으로 치료·연구하게 된다.

신 청장은 “소방관의 우울증 유병률은 일반인보다 4. 5배 정도 높다. 현장 활동 과정에서 스트레스나 트라우마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조사해보니 (일탈의 원인이) 직장 때문인 경우가 60%가 넘어 가정사보다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스트레스·우울증 등과 같은 정신적인 질환을 개선하기 위해 심리상담과 병원비 지원을 하고 있다. 이 제도가 한 5~6년 됐다”면서도 “실제로 이것(정신질환)을 겉으로 드러내기 꺼리는 경우가 많고, 중앙(본청)에서 어느 정도 예산을 지원해주지만 체계적으로 하지 못했다. 원하는 사람만 해주는 식이 됐다”고 했다.

그는 이어 “체계적인 정신질환 관리를 하고 싶어서 시·도별로 소방심리지원단을 구성해 활용할 수 있는 소방공무원복지법 개정을 추진하려고 한다. 오늘 국회에 상정된 것으로 안다”며 “옛날 초등학교 양호교사처럼 계약직의 심리상담사를 둬 2~3개 소방서를 들어가(관할하)며 편안한 관계를 만들어 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여 전했다.

[세종=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