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KBS는 오는 22일부터 5일간 방영 예정인 특집 다큐멘터리 ‘호모 미디어쿠스’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해당 프로그램은 허위 정보, 디지털 성범죄, SNS 알고리즘, 디지털 페어런팅(Digital Parenting), 가상 현실 등 5가지 핵심 주제를 다룬다.
문제는 함께 배포된 홍보 포스터다. 인류가 다섯 단계로 진화하는 그림이 그려졌는데, 진화할수록 피부색이 점차 밝아지게 표현된 것이다.
이를 두고 SNS와 각종 커뮤니티 등에선 ‘밝은 피부를 가져야 진화한 인간’이라는 편견을 조장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공영방송이 어떻게 이럴 수 있나”, “관계자들 여러명이 봤을텐데 아무도 문제를 못 느꼈나” 등 방송사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박상현 칼럼니스트는 페이스북에 해당 포스터를 공유하며 “인류가 진화하면서 피부색이 희게 변했나? 다른 나라에서 이런 포스터가 나왔으면 엄청난 비난을 듣고 사과했을 수준인데 한국에서는 공영방송사에서 만든 인종차별적 이미지가 버젓이 돌아다닌다”고 꼬집었다.
이어 “디자이너가 별 생각 없이 만들었더라도 최소한 몇 명은 확인, 승인하는 단계를 거쳤을 것 같은데 아무도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건 그만큼 피부색에 대한 인종차별적 사고방식에 익숙하다는 얘기”라며 “일상에 스며든 차별적 표현에 좀 더 민감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논란이 확산하자 KBS는 19일 오전 포스터를 수정해 재배포하고 이전 포스터 사용을 자제해달라고 언론에 요청했다. 다만 포스터 제작 경위와 사과표명 계획 여부 등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KBS는 앞서 지난 11일에도 설 기획으로 방영한 ‘조선팝 어게인’에서 무대 배경으로 일본풍 건축물 그림을 등장시켰다는 논란에 곤혹을 치른 바 있다. KBS 측은 “상상 속의 용궁을 표현한 이미지로 일본성을 의도적으로 카피하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한 누리꾼이 추적한 해당 이미지 출처의 사이트에 따르면 제목과 키워드에 ‘일본’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