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사표 반려, 정치적 고려 안해”… 판사들 “사과할 마지막 기회 놓쳤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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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공정 인사 논란엔 침묵” 비판
“사퇴까지 요구는 부적절” 의견도
野“법원 내부망에 꼼수 사과문”

김명수 대법원장이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김명수 대법원장이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대법원장이 진솔한 사과를 할 마지막 기회를 놓쳤다.”

19일 김명수 대법원장이 법원 내부 게시판에 밝힌 사과문을 본 한 고위 법관은 이렇게 말했다. 이 법관은 “김 대법원장이 임성근 부장판사에게 사표 반려를 알리면서 ‘국회에서 무슨 얘기를 듣겠냐’고 말하는 녹취가 공개됐는데도 김 대법원장이 ‘정치적 고려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김 대법원장이 자신을 둘러싼 ‘거짓말 논란’에 대해 2주 만에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판사들 사이에선 여전히 “부적절한 사과문”이란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김 대법원장이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했다는 비난을 받는 상황에서 “부주의한 답변으로 실망을 끼쳐드려 사과한다”고 한 것은 핵심을 비켜간 알맹이 없는 사과라는 것이다.

한 부장판사는 “과거 김 대법원장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조사단의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자기 잘못에 대한 솔직한 고백 없는 반성은 공감을 얻지 못한다’고 한 적이 있다. 그런 김 대법원장이 자기 잘못에 대해선 솔직하게 고백하지 않은 것처럼 느껴져 씁쓸하다”고 했다.

일부 판사들은 김 대법원장이 최근 서울중앙지법 등 ‘불공정 인사 논란’에 대해 해명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고등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일부 법관들이 이례적으로 한 재판부에 남는 등 ‘편파 인사’ 논란이 일고 있는데 대법원장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일부 판사들 사이에선 김 대법원장에 대해 ‘거짓말 논란’을 이유로 퇴진을 요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 원로 법관은 “김 대법원장이 임 부장판사의 사표를 부당하게 반려했는지는 다양한 절차를 통해 따져볼 문제”라며 “사법부 수장인 대법원장을 무조건 ‘거짓말쟁이’로 몰아가는 건 소모적인 논쟁일 뿐 아니라 사법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법관들이 이용하는 익명 게시판에는 “유체이탈화법은 정치인들이나 잘하는 줄 알았다”, “인사이동으로 마지막 근무일, 점심시간 5분 전에 (김 대법원장이) 사과문을 게시한 것은 형식도 내용도 진정성이 없다”는 댓글이 올라왔다.

야당은 “꼼수 사과문”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대국민 사과로 포장했지만 정작 국민은 알 수도, 볼 수도 없는 법원 내부망에 게재한 글에 불과하다”며 “거짓말이 거짓말을 낳는다더니 딱 김 대법원장을 두고 하는 말 같다”고 했다.

고도예 yea@donga.com·배석준·윤다빈 기자
#김명수#임성근#사표 반려#붕공정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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