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원생들을 학대한 혐의로 검찰에 넘겨진 인천 서구 국공립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의 학대 건수는 2개월간 200여건에 이른다. 경찰이 확보한 폐쇄회로(CC)TV에는 교사들이 아동을 사물함에 가두거나, 쿠션으로 때리고 발로 차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지난해 10월에는 울산 동구의 어린이집 교사가 밥을 억지로 먹이고 발로 밟으며 원아들을 학대했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다음 달 신학기 입소·개학을 앞둔 학부모들은 잇달아 논란이 됐던 어린이집 학대 사건에 “남의 일 같지 않다”며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학부모들의 이런 반응이 과장됐다고만 보기 어렵다. 어린이집 학대가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아동권리보장원의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어린이집 내 아동학대 발생 건수는 2015년 432건(3.7%)에서 2019년 1371건(4.6%)으로 3배 증가했다.
학부모들이 모인 온라인 공간 ‘맘카페’ 이용자 A씨는 “3월에 아이 첫 입소인데 요새 학대 사건이 많다 보니 너무 걱정된다”며 “애기 몸에 멍이 들도록 티나게 학대하면 금방 알아차리겠지만 교묘하게 손을 낚아채거나 소리를 지른다거나 장시간 방치할까 봐 걱정이다”라고 적었다.
다음 달부터 0세반에 아이를 보낸다는 B씨(30대)도 “아이가 말이라도 할 줄 알면 ‘선생님이 때렸다, 혼냈다’라고 말할 텐데 아직 걷지도 못하는 아이가 할 줄 아는 말이 ‘엄마, 아빠’밖에 못해 걱정이 크다”며 “교사들의 학대 의심 정황을 빨리 파악할 수 있는 팁을 알려달라”고 썼다.
학부모 C씨는 “아동학대를 이유로 어린이집에서 그만 둔 전력이 있는 교사가 시간 지나면 다른 어린이집에 재취업한지 궁금하다”며 “믿고 보냈던 어린이집에 선생님이 새로 왔다고 해서 물어본다”는 질문 글도 남겼다.
어린이집을 아예 보내지 않기로 했다는 학부모들도 있다. 분당에 거주하는 D씨는 “코로나에 어린이집 학대까지 겹쳐 걱정이 앞서 올해 4살 되는 아이를 집에서 데리고 있다”며 “5살이 되면 유치원에 바로 보내려고 마음먹어 올해 어린이집 대기도 걸어놓지 않았다”고 밝혔다.
전직 어린이집 교사였다는 학부모 E씨는 “요즘 잊을 만하면 계속 어린이집 학대 사고가 터지고, 아이가 언어도 느린 편이라 더욱 어린이집에 보내지 못하고 있다”고 댓글을 달았다.
맞벌이 부부들은 불안한 마음이 들더라도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경기도 부천에 거주하는 강모씨(44)는 “다음 달 일을 시작해 4살 아들을 어린이집에 계속 보내기로 했다”면서 “어린이집 아동학대 기사를 접할 때마다 불안하긴 하지만 아이를 안 보낼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첫째 때부터 보냈던 어린이집이라 선생님들을 믿고 보내겠지만 아이의 행동이 이전과 달라지지 않는지 더 자세히 지켜보려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어린이집이나 당국이 학부모들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어린이집 차원에서는 CCTV를 공개하는 등 투명한 운영을 하고 학부모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는 어린이집 원장들과 보육교사들이 아동 예방 교육을 계속해서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노혜련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정부는 보육교사가 아동을 중심으로 생각하고 보살필 수 있도록 보육교사 지도와 훈련 체계를 마련하고, 이를 위한 환경과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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