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한국에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다. 국내 첫 확진자가 나온 지난해 1월 20일 이후 403일 만이다. 이날 영국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시작으로 27일에는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국제 백신 공유 프로젝트)의 화이자 백신 접종도 이뤄진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2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화이자 11만7000회분(5만8500명분)이 27일부터 코로나19 환자 치료 의료인에게 접종될 것”이라고 말했다.
26일 첫 접종을 앞둔 요양병원 및 시설에서는 긴장감 속에 막바지 준비가 한창이다. 경기 의정부시 카네이션요양병원의 노동훈 원장(45)은 21일 “기대 반, 두려움 반의 심정이다”라고 말했다. 1분기(1∼3월) 중 이 병원 접종 대상자는 노 원장 등 직원 52명과 65세 미만 환자 18명 등 70명이다.
지난주 접종 교육을 모두 마친 노 원장은 “인플루엔자(독감) 등 다른 백신에 없는 항목도 면밀히 살펴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며 “우리가 첫걸음을 잘 떼야 이후 접종도 순탄할 것이란 생각에 큰 책임감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접종을 실제 시행할 간호사들은 떨리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40년 차 베테랑인 서울 구로구 제중요양병원 간호국장인 최경숙 씨(63·여)는 “아스트라제네카는 기존 백신 접종과 같은 근육주사라 실습을 많이 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며 “그래도 중환자들은 (경험 많은) 내가 직접 접종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씨를 포함해 이 병원 1분기 접종 대상자는 181명이다. 그는 “미국에 사는 아들이 접종을 받고 나서 ‘문제없으니 걱정 말라’고 연락했다”며 “기왕 맞을 거 다들 기쁜 마음으로 맞아서 항체 효과가 잘 나오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요양병원 환자나 시설 입소자도 걱정 반, 설렘 반으로 접종을 기다리고 있다. 노 원장은 “입소자들이 감염 위험 탓에 오랫동안 가족들을 만나지 못했다”며 “접종이 잘 진행되면 곧 가족을 볼 수 있게 될 거라고 기대하는 분이 많다”고 전했다.
중부권역접종센터 감염관리팀장인 간호사 박은경 씨(46·여)는 “효과가 100%이거나 이상반응이 없는 백신은 없다”며 “접종에 대해 너무 앞서서 걱정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화이자 백신 접종을 위해 마련된 충남 천안시의 한 실내체육시설에서 일하게 된다. 접종이 코앞으로 다가오며 센터에는 화이자용 초저온 냉동고가 설치됐다. 최근 이 냉동고를 맨손으로 열려던 박 씨는 관리기사에게 “일반 냉동실인 줄 아느냐. 손 다친다”며 혼이 났다. 그는 “말로만 듣던 ‘초저온 백신’이 온다는 게 실감이 났다”며 “모두가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하고 있다. ‘나 하나쯤 안 맞아도 괜찮겠지’ 하는 분이 없었으면 한다”고 했다.
국내 유일한 ‘코로나19 청정지역’인 인천 옹진군의 권은정 보건소 주무관(39·여)은 “백령도 요양시설 입소자 등 관내 접종 대상 31명이 모두 접종하겠단 의사를 밝혀 한시름 놓았다”며 “기상 악화 없이 백신이 잘 배송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1년간 선별진료소 근무를 마치고 접종 업무를 준비 중인 이정원 전남 여수시보건소 주무관(31·여)은 “드디어 백신 접종이라니 감회가 새롭다. 기약 없어 보이던 사태의 끝이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혹시 모를 실수를 걱정하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최경숙 씨는 “코로나19 백신은 한 바이얼(vial·약병)에서 여러 명분을 뽑아 접종하는데 정확한 양을 뽑아낼 수 있을지, 뽑는 과정에서 약병에 변질을 일으킬 수 있는 공기가 들어가지 않을지 염려된다. 관리와 폐기 방법도 까다롭다”고 말했다. 권 주무관은 “아직 전산 시스템이 불안한지 지난주 1분기 의료시설을 확정하는데 계속 오류가 나서 작업이 더뎠다”며 “접종 시작 전까지 시스템이 안정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또 백신 접종일부터 7일간, 이상 증상이 있는 경우 증상이 사라진 날부터 7일간 헌혈을 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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