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 인구가 3만3000명 감소했다. 1970년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인구가 자연 감소하는 ‘인구 수축사회’에 접어든 것이다. 출생아 수와 합계출산율도 모두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혼인까지 줄어 인구 감소 속도가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24일 통계청이 내놓은 ‘2020년 출생·사망통계 잠정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사망자 수보다 3만3000명 적었다.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넘어서는 ‘데드 크로스’가 발생하며 인구가 자연 감소했다.
지난해 출생아 수는 27만2400명으로 전년 대비 3만300명(―10.0%) 줄어든 반면 사망자 수는 같은 기간 1만 명(3.4%) 증가했다. 출생아 수는 2002년부터 2016년까지 40만 명대를 유지하다 2017년 30만 명대로 감소했다.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20만 명대로 떨어졌다.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 역시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낮은 0.84명이었다. 이는 여성 한 명이 가임기간(15~49세)에 아이를 채 1명도 안 낳는다는 뜻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 중 합계출산율이 1명 미만인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합계출산율은 2018년(0.98명) 1명 아래로 내려앉은 뒤 3년 째 1명 미만이다.
상황은 더 나빠지고 있다. 지난해 4분기(10~12월) 합계출산율은 0.75명으로 떨어졌다. 이는 통계청이 2019년 공개한 장래인구특별추계의 출산율 중 가장 비관적인 전망(0.78명)보다도 낮다.
출생아 수가 감소하는 이유는 결혼 자체가 줄고, 결혼을 하더라도 아이를 낳을 때까지 걸리는 기간이 점점 길어져서다. 둘째, 셋째 아이를 기피하는 현상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혼인 건수는 21만3513건으로 전년에 비해 10.7% 줄었다. 평균 출산연령은 2000년 이후 꾸준히 증가세다. 첫째아이 비중은 늘고 둘째 셋째 비중은 감소하는 경향도 이어지고 있다. 지역별로는 서울의 합계출산율(0.64명)이 가장 낮았다. 비싼 집값과 미혼 가구 비중이 높다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코로나19 영향으로 혼인이 줄며 올해도 인구 자연감소와 출산율 하락세가 더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김수영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혼인이 많이 감소한 상태에서 출생아 수가 감소할 여지가 있다. 자연감소는 조금 더 가팔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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