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미국 AP통신 임시 특파원으로 3·1운동 독립선언서를 해외에 가장 먼저 알린 앨버트 테일러가 살았던 집 ‘딜쿠샤’가 시민들에게 개방된다.
서울시는 원형 복원 작업을 거쳐 역사 전시관으로 꾸민 딜쿠샤를 3·1절 시민들에게 개방한다고 25일 밝혔다. 1942년 테일러가 일제에 의해 강제 추방된 후 그대로 방치된 지 약 80년 만이다.
딜쿠샤는 1923년 그가 한국에 거주할 당시 종로구 행촌동에 건립한 서양식 가옥이다. 지하 1층∼지상 2층의 붉은 벽돌로 지어졌다. 딜쿠샤는 기쁜 마음의 궁전이라는 뜻의 산스크리트어로 테일러의 아내 메리 테일러가 붙인 이름이다.
테일러는 1896년 조선에 들어와 평안도 운산 금광 감독관을 거쳐 충청도에서 직산 금광을 운영한 광산 사업가로 AP통신 임시특파원으로도 활동했다. 3·1운동과 제암리 학살사건을 해외에 보도해 일제의 만행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데 공헌했다. 특히 1919년 아내가 출산할 당시 세브란스 병원 침상에 숨겨져 있던 3·1운동 독립선언서 사본을 발견해 이를 전 세계에 알렸다.
1942년 조선총독부의 외국인 추방령에 의해 테일러 부부가 한국을 떠난 후 딜쿠샤는 장기간 방치됐다. 서울시는 딜쿠샤의 원형 복원을 위해 2017년부터 고증 연구를 진행하고, 2018년 복원 공사에 착수해 지난해 12월 공사를 마쳤다.
시는 딜쿠샤 전시관 개관식을 26일 오후 4시 딜쿠샤 앞마당에서 개최한다. 앨버트 테일러의 손녀인 제니퍼 테일러도 참석한다. 전시관은 매주 화∼일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하며, 입장료는 무료다.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은 “3·1절 딜쿠샤가 전시관으로 시민들에게 개방되면 역사교육의 장으로 값지게 활용될 것”이라며 “항일운동 관련 유적들을 통해 독립을 위해 헌신한 모든 분들을 기억하고 정신을 계승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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