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시대’가 열리면서 보건복지 분야의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시공간의 제약을 뛰어넘는 ICT와 보건복지 시스템의 융합은 사회보장 제도의 포용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가 모든 국민이 복지 서비스를 고루 누리는 ‘포용적 복지국가’ 실현을 위한 정책을 추진 중인 가운데 한국 사회보장 체계의 ICT 활용 현황과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국제사회서비스프로젝트 SDGs(지속가능개발목표) 1차 포럼’이 지난달 26일 서울 마포구 한국사회복지협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주제는 ‘디지털 대전환 시대, 포용적 복지 구현과 ICT의 역할’이었다.
한국의 국민기초생활보장과 의료급여 등 공공부조는 공적급여의 신청과 지급 등 행정 절차가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을 통해 이뤄지도록 돼 있다. 반면 민간 기관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지역사회통합 돌봄 등 사회 서비스는 제공 주체별로 개별 정보시스템이 구축돼 있다. ‘공공분야의 ICT 활용 성과와 과제’에 대해 발표한 한은희 한국사회보장정보원 부연구위원(50)은 “시스템 분리와 사업 분야별 칸막이로 인해 공공기관과 민간기관의 정보 연계가 제한적”이라며 “수요자의 복합적 요구에 맞춘 서비스를 제공하는 통합 시스템이 필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와 한국사회보장정보원은 내년 개통을 목표로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한 위원은 “차세대 시스템에서는 수요자가 급여와 돌봄 서비스 정보 등을 하나의 시스템에서 확인할 수 있다”며 “지방자치단체와 공공 및 민간 기관의 협업을 위한 정보 공유와 사례 관리 기능도 제공된다”고 말했다.
ICT를 활용한 사회복지 시스템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수요자의 소득, 연령 등에 따른 디지털 활용 격차를 줄여 시스템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안토니오 로페스 펠라에스 스페인국립원격교육대학 사회복지학과 교수(56·스페인)는 “시스템 활용이 편향돼 새로운 형태의 불평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하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체계적으로 디지털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교육 커리큘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핀란드의 ‘아포티’는 한국이 참고할 만한 사례로 제시됐다. 2018년 11월부터 가동 중인 아포티는 세계 최초로 만들어진 사회복지와 의료서비스 통합 시스템이다. 사용자는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의료진, 사회복지사와 언제든지 소통할 수 있다. 의사는 상담 중인 환자의 생활자금 부족 문제 등이 건강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판단될 경우 기본적 욕구 충족에 도움을 주기 위해 복지 서비스 기관에 재정 지원을 의뢰할 수 있다. 강충경 전 호서대 교수(61)는 “2019년 아포티를 통해 핀란드 시민 3만 명 이상이 재정 지원을 받았다”면서 “아포티는 디지털 기술을 보편적 복지에 성공적으로 결합시킨 사례”라고 말했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는 보건복지부 후원으로 SDGs와 연계된 국제포럼을 올해 세 차례 더 연다. 지난해 11월 한국인 최초로 국제사회복지협의회장으로 선출된 서상목 한국사회복지협의회장(74)은 “향후 포럼에서 다뤄지는 국제 이슈를 반영해 개발도상국에 한국의 맞춤형 사회복지 노하우를 전수할 것”이라며 “국제기구와 협력해 사회 서비스 분야의 인적 자원 개발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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