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중수청 설치, 檢폐지 시도”… 3일 대구 방문해 추가메시지 낼듯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3일 03시 00분


[윤석열 작심 발언 파장]중수청 신설안에 공개적 반대 밝혀

출근하는 尹 여당의 중대범죄수사청 입법 움직임에 대한 첫 반대 입장을 밝힌 윤석열 검찰총장이 2일 관용차량을 타고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의 지하 주차장으로 출근하고 있다. 윤 총장은 중수청 입법에 대해 “직을 걸어 막을 수 있다면 
100번이라도 걸겠다”고 말했다. 뉴스1
출근하는 尹 여당의 중대범죄수사청 입법 움직임에 대한 첫 반대 입장을 밝힌 윤석열 검찰총장이 2일 관용차량을 타고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의 지하 주차장으로 출근하고 있다. 윤 총장은 중수청 입법에 대해 “직을 걸어 막을 수 있다면 100번이라도 걸겠다”고 말했다. 뉴스1
“윤석열의 마지막 승부가 시작됐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2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여권에서 추진하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신설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한 것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윤 총장과 가까운 법조인들은 “윤 총장이 지금을 건곤일척(乾坤一擲·하늘과 땅에 운명을 맡기고 겨루는 승부)의 순간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윤 총장은 “직을 걸고 막을 수 있다면 100번이라도 걸겠다”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쓴 법치 말살이며, 헌법 정신 파괴”라고 하는 등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완전히 폐지하는 중수청 신설 법안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올 6월 안으로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여권을 상대로 전면전을 예고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 尹 “힘 있는 세력들에게 치외법권 제공”

윤 총장은 우선 중수청 설치에 대해 “검찰을 흔드는 정도가 아니라 폐지하려는 시도”라며 “원칙대로 길을 뚜벅뚜벅 걸었더니 아예 포클레인을 끌어와 길을 파내 없애려는 격”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여권이 추진 중인 법안대로 수사는 중수청, 기소는 검찰이 따로 맡게 될 경우 뇌물수수, 경제범죄 등 부패 수사 대응 역량이 떨어지고, 그 결과 권력자들의 ‘치외법권’이 넓어져 국민들에게 피해가 돌아간다는 것이다.

윤 총장은 “거대한 이권이 걸린 사건들일수록 범죄는 교묘하고 대응은 치밀하다”며 “수사와 공소유지(재판)가 일체가 돼 움직이지 않으면 법 집행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권력형 비리는 처음엔 증상을 잘 못 느끼고, 뭔가 느낀 때에는 이미 회복할 수 없게 되는 중병에 해당한다. 몇 건의 권력형 비리가 제대로 처벌 받으면 관행 자체가 바뀌게 된다”며 수사 역량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윤 총장은 “직접 법정에서 공방을 벌인 경험이 있어야 제대로 된 수사도 할 수 있고 공소유지도 할 수 있는 것”이라며 “그런 경험이 없다면 처벌 가능성이 없거나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기 어려운 사건까지 불필요하게 수사하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인권침해”라고 했다.

또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건 세계적 추세”라는 여권의 주장에 대해 윤 총장은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거나 왜곡하는 것”이라며 “미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사법 선진국은 대부분 중대범죄에 대한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인정한다”고 했다.

윤 총장은 2일 입장문을 내기 전인 1일 현직 검찰총장으로서 집무실에서 국민일보와 언론 인터뷰를 했는데, 그 자체가 매우 이례적이다. 검찰 관계자는 “국민들이 피해를 볼 제도가 만들어지는 상황에 대해 공직자로서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는 뜻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총장은 주변에 “내가 시위를 할 수도 없고, 평소 생각을 설명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 3일 대구 방문 때도 추가 메시지 낼 듯

윤 총장은 인터뷰 등에서 ‘민주주의’ ‘법치’ ‘국민’ 등의 표현을 여러 번 썼다. 윤 총장은 “권위주의 군사정부에서 문민정부로 가려 한 것이 과거의 민주화 운동이라면 그 다음의 민주주의 발전은 곧 법치주의의 발전”이라며 “힘 있는 사람도 범죄를 저질렀다면 똑같이 처벌받고 법을 공평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형사사법 시스템이 무너진 중남미 국가들에서 부패한 권력이 얼마나 국민을 힘들게 하는지 우리 모두가 똑똑히 봤다. 졸속 입법이 이뤄지지 않도록 국민들께서 관심을 갖고 지켜봐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윤 총장은 “검찰의 영향력이 커서 문제라면 오히려 기관을 쪼개 독립된 검찰청들을 만들라고 주장해왔다”며 검찰 개혁의 대안도 제시했다. 독일처럼 반부패검찰청, 마약범죄검찰청 등 검사와 사법경찰관이 초동 수사부터 협력하는 ‘중점 검찰청’을 만드는 것도 검찰권을 견제할 방법이라는 것이다.

윤 총장은 3일 대구고검과 대구지검을 방문해 검사들과 간담회를 갖는다. 윤 총장은 간담회에 앞서 또 한 번 반대 메시지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윤 총장이 3일 전국 검찰청 검사들의 ‘중수청 설치법’에 대한 견해를 전달받은 뒤 전국 고검장 회의나 검사장 회의 등을 소집해 의견을 모을 가능성도 있다.

고도예 yea@donga.com·배석준 기자
#윤석열#추가메시지#중수청#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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