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 금액이 굉장히 크고 (의혹 당사자들이) 상당 부분을 대출받았습니다. 확신이 없었다면 감행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민생경제위원회와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가 2일 연 기자회견에서 이강훈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변호사)은 이렇게 말했다. 이 위원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경기 광명·시흥지구 투기 의혹을 제기하며 “확실한 정보를 가지고 한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특히 이들 단체는 의혹이 제기된 10개 필지에 대해 “제보를 받아 하루 동안 조사한 내용”이라며 “(보다 광범위한 투기가) 더 있을 수밖에 없다. 전수조사를 하면 더 많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 “대출 받아가며 농지 대거 사들여”
지난달 24일 정부는 2·4공급대책에 따라 광명·시흥지구(1271만 m²)를 ‘3기 신도시’로 추가 선정했다. 광명시의 광명동 옥길동과 시흥시의 과림동 등에 아파트 7만 채가 들어설 예정이다. 3기 신도시로 발표된 지구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고 주목받은 지역이다.
사실 광명·시흥지구는 2018년 첫 번째 3기 신도시 지정 당시엔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한다. 지역사회가 신도시 지정을 반대하는 등 협의에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후 지역 여론이 바뀌면서 지정 대상에 들어갈 수 있었다. 시흥시는 지난해 4월 해당 지구를 통합 개발해 달라는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민변 등이 밝힌 LH 전·현직 임직원 등의 토지 매입 시기도 이때쯤이라고 한다. 2019, 2020년 등은 지역사회 여론이 움직일 때여서 직원들이 이 같은 지역사회 기류나 정부 방침 등을 미리 파악하고 땅을 매입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민변 등은 “약 58억 원을 대출 받은 것으로 추정되며 건당 6억∼22억 원에 이르는 자금을 댔다”며 “가능성만으로 농지를 사들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LH 임직원 등이 사들인 토지가 대부분 농지라는 점도 석연치 않다고 봤다. 농지법에 따르면 농지를 사려면 농업경영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LH 직원이 계획서를 과장되게 제출하는 방식으로 땅을 사들였을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인 이강훈 변호사는 “정보 유출인지는 향후 조사가 필요한 부분”이라면서도 “금액 단위가 개인이 대출까지 받아야 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신뢰 훼손”
다만 광명·시흥지구는 첫 3기 신도시 발표 때에도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돼 내부 정보가 아니라도 장기 투자 목적으로 매입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 때문에 LH 임직원 등이 토지 매입 과정에서 사전에 파악한 내부 정보를 활용했는지를 밝히는 것이 투기 여부를 가릴 핵심으로 지적되고 있다.
민변 등은 투기 의혹이 제기된 임직원뿐만 아니라 LH와 국토교통부의 관리 감독에 대한 직무 유기에 대해서도 감사를 청구했다. 이들이 땅을 사들인 시기는 변창흠 국토부 장관이 LH 사장으로 재직하던 시절과 일부 겹치기도 한다.
감사 결과에 따라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 의뢰를 통해 경찰 수사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공공주택 특별법에 따르면 국토부 또는 관계 기관의 전·현직 직원이 업무 처리 중 알게 된 정보를 목적 외에 사용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LH가 자체 조사를 통해 직무에서 배제시킨 현직 직원의 상당수는 서울 경기 등 수도권 지역 소속으로 토지 보상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는 현재 광명·시흥지구 토지 소유자 전체를 LH 직원 명단과 대조하는 전수조사에 들어갔다. 변 장관은 이날 국토부 산하 공공기관 간담회에서 “광명·시흥지구에서 임직원들이 사전 투기를 했다는 의혹이 언론에 보도됐다”며 “올해 강도 높은 청렴대책을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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