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 신도시 후보지였던 경기 고양시 원흥지구 개발도면을 유출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3명에 대해 LH가 지난해 경고 및 주의 처분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중요 개발정보를 유출해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칠 정도로 LH의 내부 통제시스템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에 공개된 ‘LH 감사결과 처분보고서’에 따르면 LH 측은 2018년 원흥지구 개발 관련 도면이 유출됐을 당시 관련 사실을 알고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4개월 동안 유출 사실을 숨겼다. 유출 당사자들은 감사 과정에서 “대외비 범위가 너무 광범위하다” “대외비 관리 방법이 비현실적이다”라며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당시 LH 인천지역본부에 근무하던 직원 2명은 2018년 원흥지구와 관련한 개발계획서를 LH의 군 자문위원에게 사내 메신저로 전송했다. 이 자문위원이 3기 신도시 협의 과정에서 군 관계자들이 해당 도면을 사진으로 촬영할 수 있게 하는 등 관리를 소홀히 해 도면이 유출됐다.
LH는 원흥지구 도면 유출 사실을 2018년 6월경 처음 인지했다. 이후 고양시 등 지방자치단체에서도 관련 문의가 있었지만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같은 해 10월 언론 취재가 시작되고 나서야 본사에 보고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도면 유출에 책임이 있는 직원들은 감사 결과 경고 및 주의 처분만 받았다.
LH가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수도권의 미니 신도시급 신규 택지개발 계획이 유출됐을 당시 자료 유출에 관여한 LH 직원 3명도 주의 처분을 받는 데 그쳤다. 유출 직원 3명 중 1명은 징계를 받은 뒤에도 택지개발 부서에서 근무하며 지난해 1월 승진하기도 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법에 따르면 LH 임직원은 일반인에게 공개되지 않은 정보를 이용해 공사가 공급하는 주택이나 토지를 본인이나 제3자가 공급받게 해서는 안 된다. 이 법을 어긴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해당 토지가 공공택지지구로 지정돼 있다면 공공주택특별법에 따라 처벌 수위가 5년 이하의 징역,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높아진다.
이처럼 처벌 규정은 있지만 법 위반에 대해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게 문제다. LH와 함께 일한 경험이 있는 한 감정평가사는 “2000년대 중후반 토지 보상을 위해 감정평가를 나가면 LH 직원이 가족이 산 땅이라며 평가를 잘해 달라는 얘기를 하기도 했다”며 “지금까지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을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LH 내부 사정을 잘 아는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분양이 되지 않는 택지나 주택 등을 LH 직원이 사도록 권하는 경우도 있다 보니 사업 후보지에 대한 투자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LH 직원 중 땅부자가 많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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