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임기 종료를 4개월여 남기고 4일 전격적으로 중도 사퇴했다. 이로써 윤 총장은 1988년 검찰총장 임기제 도입 이후 임기 중에 사퇴한 14번째 검찰총장으로 남게 됐다.
윤 총장의 전격 사퇴로 여권이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전제로 추진 중인 중대범죄수사청 신설과 4월 재·보궐선거, 1년 앞으로 다가온 차기 대선 구도에 지각변동이 불가피하게 됐다.
윤 총장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현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저는 오늘 총장을 사직하려고 한다”며 중도 사퇴 의사를 직접 밝혔다. 윤 총장은 “이 나라를 지탱해온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며 “그 피해는 오로지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윤 총장은 “저는 우리 사회가 오랜 세월 쌓아올린 상식과 정의가 무너지는 것을 더 이상 지켜보고 있기 어렵다”며 “검찰에서의 제 역할은 지금, 이제까지다”라고 했다.
윤 총장은 “제가 지금까지 해왔듯이 앞으로도 제가 어느 위치에 있던지 자유민주주의와 국민을 보호하는 데 온힘을 다하겠다”며 “그동안 저를 응원하고 지지해 주셨던 분들, 제게 날선 비판을 주셨던 분들 모두에게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의 뜻을 거스르고 대통령에게 부담이 되는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를 지휘했다가 좌천된 윤 총장은 국정농단 특검팀의 수사팀장을 거쳐 현 정부 출범과 함께 검찰의 2인자인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영전한 뒤 2019년 7월 검찰총장에 임명됐다.
하지만 총장 임명 직후 벌인 ‘조국 수사’를 계기로 문 대통령과 대척점에 선 이후 지난해 여권으로부터 전방위적인 퇴진 압박을 받아오다 최근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반대하며 4일 중도 사퇴했다.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윤석열 사퇴 발언 전문
저는 오늘 총장을 사직하려고 합니다.
이 나라를 지탱해온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습니다.
그 피해는 오로지 국민에게 돌아갈 것입니다.
저는 우리 사회가 오랜 세월 쌓아올린 상식과 정의가 무너지는 것을 더 이상 지켜보고 있기 어렵습니다.
검찰에서의 제 역할은 지금, 이제까지입니다.
그러나 제가 지금까지 해왔듯이 앞으로도 제가 어느 위치에 있던지 자유민주주의와 국민을 보호하는 데 온힘을 다하겠습니다.
그동안 저를 응원하고 지지해 주셨던 분들, 또 제게 날선 비판을 주셨던 분들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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