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교육학개론 수강생들 반발
“주교재 6권중 5권이 담당교수 책… 책 안사면 못푸는 오픈북 시험”
해당 교수 “문제되는 점 해결할 것”
올 1월 변호사시험 ‘복붙 논란’등 대학가 공정성 이슈 제기 잇따라
전문가 “학생에 합리적 설득 필요”
서울대 교수가 자신이 집필·번역한 책 여러 권을 강의 ‘필수 교재’로 지정하자 학생들이 “구매 강요”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이를 두고 공정성에 민감한 ‘MZ세대’(밀레니얼세대+Z세대)의 특징이 드러나는 사례라는 해석도 나온다.
5일 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서울대 게시판에는 “이번 학기 교육학개론 주 교재 6권 중 5권이 교수님이 직접 집필하거나 번역한 책이다. 책을 안 사면 풀 수도 없는 오픈북 퀴즈를 매주 내면서 ‘책을 사라고 강매한 적은 없다’고 하는 게 말이 되느냐”는 글이 게시됐다. 해당 수업은 이 대학 교육학과 A 교수가 진행하는 ‘교육학개론’이다. A 교수는 “교재 구입이 필수는 아니다”라고 했지만 학생들은 “교수가 매주 교재를 읽고 ‘쪽글’을 제출하게 하는가 하면 불시에 오픈북 시험을 보겠다고 공지했다”고 주장했다.
교육학개론은 사범대 학생이 교직 이수와 졸업을 위해 필수로 들어야 하는 수업이다. 이번 교육학개론 강의는 단 2개로 학생들은 “수강신청 자체가 어려워 선택권이 없다”고 호소한다. 교육학개론 강의계획서에 따르면 A 교수는 자신이 집필한 책 1권과 번역한 4권 등을 포함해 책 6권을 주 교재로 지정했다. A 교수가 집필·번역한 5권 가격을 합하면 9만500원으로 수업 정원은 100명이다.
학생들은 A 교수의 요구가 “교수의 지위를 이용한 갑질”이라고 주장했다. A 교수가 2019년 9월 더불어민주당이 대학 입시 개편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발족시킨 ‘교육공정성강화특별위원회’에 외부 전문가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은 가중됐다. 일부 학생은 “민주당 교육공정성위원회 위원으로 참가하신 분인데 교재 10만 원어치를 살 돈이 없는 학생들은 제대로 학점을 받지 못하는 게 공정한 교육인가”라는 반응을 보였다.
A 교수는 학생들의 반발에 주 교재를 6권에서 3권으로 축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A 교수는 동아일보 기자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수업 관련 문제가 되는 부분은 학교, 학생들과 해결하면 될 일”이라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서울대 교수는 “MZ세대는 절차의 합리성을 중시하는 세대로 ‘이 책이 왜 필요한지, 어떤 취지에서 읽어야 하는지’를 충분히 설득해야 한다”며 “특히 코로나19 여파로 취업난이 극심해지며 학생들이 평가 과정에 훨씬 예민해졌다”고 전했다.
최근 대학가에선 공정성 이슈를 놓고 MZ세대가 반발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1월 연세대 학생들이 학점 포기 관련 학칙 개정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였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진행된 비대면 시험에서 오픈북 시험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일부 학생이 책을 펴보는 등 부정행위를 한 게 발단이 됐다. 학생들은 이 수업 수강을 철회하려 했으나 ‘재수강 3회 제한’ 조항이 정당한 선택을 가로막고 있다며 학칙 개정을 요구한 것이다.
같은 달 치러진 제10회 변호사시험 문제가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모의시험 해설 자료와 유사하게 출제됐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공론화한 것도 MZ세대다. 이른바 ‘복붙(복사해 붙여넣기) 시험’ 논란에 법무부가 전원 만점 처리를 해결책으로 내놓으며 반발은 더 거셌다. 수험생들은 “문제 유출로 인한 불공정을 해소하겠다며 또 다른 불공정을 자행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MZ세대는 촛불집회로 부당하고 올바르지 않다고 느낀 현실을 비교적 짧은 시간 내 바꾼 경험이 있다. ‘참여를 통해 공정성을 얻을 수 있다’는 걸 체득했기 때문에 공정성 이슈에 더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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