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로가 폐쇄된 줄 정말 몰랐습니다. 회의 시간이 다 돼서요, 한 번만 유턴하면 안 될까요.”
8일 오전 10시경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 여느 때처럼 출근길에 오른 50대 운전자 A 씨는 사직로에서 시청 방향으로 핸들을 꺾어 세종대로로 진입한 순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시청 방면으로 연결된 광화문광장 서쪽 세종대로가 광장 재구조화 공사로 폐쇄되며 길이 막힌 상황. 오도 가도 못한 채 도로 한가운데 멈춰선 A 씨는 결국 차량을 돌려 불법 유턴을 시도했다. 교통경찰이 부랴부랴 A 씨 차량 앞에 다가가 “여기로 나오시면 어떡하냐”고 막아 세웠지만 방법이 없었다. A 씨 차량 앞뒤로 길게 늘어선 차량들은 연신 경적을 울리고 있었다.
서울시가 광장 서쪽 세종대로를 폐쇄한 이후 평일 첫 출근길에 오른 시민들은 도심 곳곳에서 혼란을 겪었다. 앞서 서울시는 6일 0시부터 광화문광장 서쪽 도로를 폐쇄하고 동쪽 세종대로에서 양방향 통행이 이뤄지도록 교통체계를 개편했다. 공사가 진행되는 세종대로 전 구간 평균 통행속도는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사직로 등 광장 일대는 오전 출근길 내내 정체가 이어졌다.
실제 이날 오전 사직로에서 광화문광장 방향으로 가는 차량의 평균 속도는 지난주에 비해 13%가량 감소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공사가 시작되기 전인 1일 오전(7∼9시) 시속 21.3km였던 평균 속도는 8일 18.6km로 줄었다. 사직로 일대 도로에 차량 정체가 극심해지면서 자하문로 일대를 지나는 차량들도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이날 동아일보 취재팀과 동행한 김태완 중앙대 도시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차량 통행량보다 도로 용량이 줄어들면서 발생한 정체”라고 진단했다. 서울시는 서측 차로를 폐쇄하면서 우회전 차로 2개를 1개로 줄였다. 김 교수는 “교통신호 체계 개선과 우회로 등 차량 분산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인근 우회로로 차량이 몰리며 골목길에도 혼잡이 가중됐다. 오후 7시경 세종로공원 앞 도로에는 차량 접촉 사고가 발생했다. 현장에 나온 보험사 관계자는 “갑자기 차량이 몰리며 서로 먼저 가려다 사고가 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고로 일대 도로는 5분가량 차량 정체가 극심했다.
한 교통경찰은 현장점검에 나온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과 만나 “세종로 교차로에서 우회전 차량과 좌회전 차량이 마주치며 충돌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우려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통연구원은 “기존에는 세종대로 중앙에 놓인 광화문광장이 분리대 역할을 하며 좌회전 차량과 우회전 차량을 분산시켜 주는 효과를 냈다”며 “도로가 동쪽으로 집중되면서 세종로 교차로에서 좌회전, 유턴, 우회전 차량이 몰려 차량 간 충돌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충고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7∼9개로 줄면서 유턴할 때 여유 공간이 줄어든 건 사실”이라며 “교통 신호 개선 등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