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택배 사무직원이 과로 누적으로 폐렴 걸려 숨졌다면 업무상 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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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3월 11일 15시 52분


대법원 전경. 사진=뉴시스
대법원 전경. 사진=뉴시스
택배회사 사무직원의 업무 강도가 높지 않았어도 장시간 노동에 따른 과로 누적으로 폐렴이 발생해 사망했다면 이는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택배사 사무직원의 아내인 김모 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1일 밝혔다.

김 씨의 남편 A 씨는 2009년 8월부터 택배회사에서 운영과장으로 근무하며 매일 10시간가량 일했다. 2014년 10월 폐렴과 단백뇨 진단을 받은 A 씨는 같은 해 11월 신장 모세혈관에 이상이 생겨 몸이 붓는 질환인 신증후군 진단을 받았다.

입원 치료 후에도 A 씨는 일주일에 3, 4일간 출근해 12~13시간씩 근무했고 병이 악화돼 재차 입원 치료를 받으면서도 업무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병세가 호전되지 않자 A 씨는 휴직계를 내고 자택에서 요양했지만 2015년 1월 폐렴 진단을 받고 2월 사망했다.

이듬해 A 씨의 아내 김 씨는 남편의 발병과 병세 악화가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 때문이라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청구했으나 거부당하자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A 씨가 과중한 업무 부담에 시달리다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해 병에 걸려 사망했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하지만 항소심에서는 A 씨의 업무가 육체적으로 과중하다고 보기 어렵고 A 씨가 앓던 폐렴은 개인적 요인에 따른 것으로 업무와 관련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 등을 들어 원고 패소 판결이 내려졌다.

하지만 대법원은 평소 기저질환 없이 건강했던 A 씨가 수년간 하루 10시간 넘게 근무한 탓에 육체적·정신적 피로가 누적돼 신장 기능이 급격히 악화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A 씨가 안정과 휴식이 필요하다는 의사 소견에도 불구하고 바로 업무에 복귀한 것은 업무 부담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치료 기간 중의 업무수행이 A 씨에게 큰 육체적 부담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치료 기간이 길어지면서 회사에 좋지 않은 소문이 돌자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은 A 씨가 병이 급격히 악화해 사망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면서 “업무상 요인 외 다른 요인을 찾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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