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나주시 남평읍 하남마을 윤영준 이장(가운데)은 전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억 원을 기탁해 나주에서 두번째로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이 됐다. 나주시 제공
“농민이 아너 소사이어티에 가입했다고 하니 다들 놀라더군요. 인생 늘그막에 좋은 일 한번 한 것뿐인데요. 허허.”
시골에서 한평생 농사를 지어 온 70대 어르신이 1억 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이 됐다. 전남 나주시 남평읍 하남마을 이장 윤영준 씨(74)는 9일 나주시청에서 전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억 원을 기탁했다. 윤 씨는 나주에서는 두 번째이자 전남에서는 107번째 아너 소사이너티 회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윤 씨는 5년 전부터 기부를 결심했다. 남에게 빌린 3만3000m² 논에서 벼농사를 짓고 있지만 자신보다 더 어렵게 살아가는 주변 이웃을 돕기 위해 조금씩 기부금을 모아왔다.
벼 수매한 돈을 통장에 모았는데 병원비 등으로 지출이 생기다 보니 좀처럼 1억 원을 채우기가 쉽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지난해 우연한 기회에 토지를 팔게 돼 1억 원을 생각한 것보다 일찍 모을 수 있었다.
윤 씨는 “나 자신과의 약속과 의지를 묵묵히 지지해준 아내와 아들딸들이 있어 마침내 목표를 이룰 수 있었다”며 “주위에서 기탁 소식을 듣고 ‘국회의원 출마하는 것 아니냐’며 농담을 하기도 한다”고 웃었다.
고향인 하남마을에서 23년째 이장을 맡아 온 윤 씨는 20여 년 전부터 기부와 장학사업에 앞장서 왔다. 2005년에는 고향의 강 이름을 딴 ‘드들장학회’를 지인 16명과 만들어 해마다 학생 3명에게 장학금을 지원했다. 지금껏 총액으로 4000만 원이 넘는다. 마을 부녀회장 등으로 구성된 남평농협 ‘9988봉사대’에도 도움을 줘 홀로 사는 노인에게 김장을 전달할 때 매년 배추 1000여 포기를 보태고 있다.
윤 씨는 “농업인으로서 지역사회를 돕는 일에 동참할 수 있어 기쁘다. 코로나19로 더 어려워진 이웃들을 위해 사용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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